![](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8/12/30/20181230092956941144.jpg)
올해 화장품 산업을 매출 관점에서 요약해보면, 성장과 수익성 악화로 정리된다. 중·미 무역분쟁, 한·미 금리 역전, 고용악화 등의 거시지표 악화 속에서도 화장품산업은 10% 이상 성장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ODM 업계는 30% 이상 고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수익면에선 대부분의 회사가 역성장했다.
이 같은 매출 확대와 수익성 악화는 중국시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내수시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올해 6~7%의 성장을 이뤄냈고 이러한 성장세가 한국화장품업계의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ODM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 자본의 직접 개입도 늘었다. 중국 자본이 한국의 유통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서 사업의 주도권이 한국의 유통업체에서 중국의 유통으로 넘어가고, 이는 단가 인하로 이어졌다. 결국 유통사의 수익이 감소되고, 이는 제조사의 수익 감소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유통 관점에서 보면 올해 화장품 산업은 로드숍의 몰락과 헬스앤드뷰티(H&B)숍의 성장으로 정리된다. 지난 10월 스킨푸드의 회생신청과 상위 10개 로드숍 브랜드의 매출액 감소는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로드숍의 주채널인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연령이 10~20대로 변화하면서 다양함과 복합성, 체류형 쇼핑공간을 원했지만 로드숍들은 원브랜드숍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소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를 겪었다. 반면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H&B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온라인에 회자되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입점시키고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다양성과 식품, 약품, 카테고리의 다양성까지 제공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카테고리 관점에서는 민감성 피부용 화장품의 약진과 지속 성장을 꼽을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촉발된 케미포비아는 생리대 이슈를 거쳐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과 미세먼지까지 번지면서 일상생활 깊숙히 퍼지고 있다. 화학성분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피부가 연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천연·유기농 화장품, 더마 화장품 등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위기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ODM사의 성장과 이익 감소는 K뷰티의 성장 및 위기와 궤를 같이하는 점에서 매우 큰 위기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ODM사의 고객요구 대응능력 및 연구개발(R&D) 기술은 K뷰티 성장에 이바지했다. 이들 회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면서 K브랜드들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반면 ODM사들의 이익 감소는 R&D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하게 만든다.
K뷰티는 중국 로컬(LOCAL)의 약진과 J뷰티의 복귀로 인해 샌드위치화하면서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적절한 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킬러 아이템, 킬러 카테고리의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대(對) 중국 화장품 사업에 있어 가장 큰 위기요인은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이다. 다이궁이라 불리는 보따리상은 중국 내에서도 도매상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주체들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의 등록을 의무화함으로써 세수 확보를 노리고 있으나 많은 다이궁들이 전환을 꺼리거나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기로 자리잡지만 중국과 일본에는 기회를 준다. J뷰티는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매출이 일어나고 중국로컬회사는 다이궁의 부재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와 위기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체 불가의 혁신 카테고리 창출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시장의 변화에 맞도록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거시적인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즉시효과가 발현되는 제품과 안전한 친환경 제품의 개발은 필연적이다. 3D·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촉발시킨 새로운 기술 개발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시장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