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 분)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는 부산 하급 밀수업자에서 마약 범죄의 전설이 되는 이두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이두삼의 흥망성쇠 그리고 희로애락을 담아낸 '마약왕'은 오직 송강호이기에 가능한 변화무쌍한 내적·외적 변화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배우 송강호의 일문일답이다
영화는 이두삼에게 많은 것을 기대고 있지 않나. 캐릭터를 보았을 때 연기자의 입장으로 우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보는데
- 처음에는 영화 후반부를 어떻게 형상화 시킬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최대한 순서대로 (촬영을) 찍었는데 극 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정상적이지 않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후반부 감정도 형성된 거 같다.
변화무쌍한 감정 표현들이 눈에 띄었는데. 감정 조절 또한 어려웠을 거 같다
- 이두삼의 매력이자 고난의 작업이기도 했다. 일반 드라마트루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양식과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관객들 역시 이 인물의 파멸을 바라니까. 생경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인물이 사건을 겪고 해피엔딩으로 탁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새로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저는 만족하고 있다. 강렬하고 새로운 방식이 낯설 수는 있으나 그것도 다양함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이두삼은 당시 벌어진 사건과 마약에 연루된 인물들을 한데 엮어놓은 캐릭터였다
- 실제 일어난 사건들이 재구성 됐고 여러 인물을 한 캐릭터로 모아놓은 거다. 여러 자료를 보았겠지만 엔딩 쪽 이두삼은 실화라고 알고 있다. 총격이 벌어진 집의 모습도 똑같고 신문 기사를 모아놓는 장면도 실제와 가깝게 편집했다. 영화 속 장면이랑 똑같다.
이두삼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인만큼 다양한 인물과 마주쳐오는데
- 배우들이 제 각각 비중이 크건 작건 모두 훌륭하게 잘 해냈다고 본다. 조정석 씨나 배두나 씨는 여러 번 만난 배우인만큼 팀워크나 호흡이 친형제 이상이라 함께 연기할 때 정말 잘 맞고 좋다. 반면 새롭게 만나는 배우들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직접 말은 못했지만 대단하게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괴물'에서 여동생으로 만났던 배두나를 이번 작품에서는 사업 파트너이자 애인으로 만나게 됐는데
- 웃기다. '복수는 나의 것'을 찍었을 당시 (배)두나가 22살이었다. 그런데 어느 덧 40살이 다 되어 '마약왕'으로 만나게 되니. 재밌지 않나. 긴 세월이 지나며 변화한 모습들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이두삼의 10년을 그리며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주는데
- 젊을 적 이두삼은 가벼운 느낌으로 표현했다. 변화를 주기 위해서 체중 감량도 하고 의상도 젊은 느낌을 주었지. 갈수록 피폐한 느낌을 살리려고 수염을 기르기도 했다.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원없이 입어보았는데
- 하하하. 제가 워낙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가 강해서 이런 이미지적으로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옷이 안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배역으로 봐주시는 거 같다.
영화 말미 마약에 취한 이두삼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는데
- 원맨쇼라고 하는데 실은 (영화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길었다. 최대한 압축해서 임팩트 있게 편집한 거다.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 찍었다. 리듬에 승부를 건 거지.
나와의 싸움이라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을 거 같다
- 그랬다. 우민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당신이 이 영화를 어떻게 구현할지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하더라. 딱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후반부는 지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니까. 제가 '복수는 나의 것' 출연을 3번이나 거절했었는데 4번째에는 직접 찾아가 '하고 싶다'고 했었다. 거절한 이유도 하고 싶은 이유도 같았다. 너무 너무 막연하고 또 두려웠거든. '마약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지점이 같았다. 이 세계를 어떻게 구현할까? 배우로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도전에 대한 만족도는?
- 그건 관객들이 판단해주시겠지.
관객들이 '마약왕'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나?
- 논쟁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송강호에게는 어떤 작품인가?
- 저는 전작이 이런 작품이니 차기작은 정반대로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부러 기다리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지금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하게 된 거다. 최근 10년 간 소시민적이고 정의로움을 갈구하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하다 보니까 그랬지. 저는 '마약왕'이 참 반가웠던 게 약 20년 전쯤? '넘버3' '초록 물고기'에서 보여준 송강호의 모습이 '마약왕'을 통해 변주되리라 생각했다. 송강호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인 거다. 이 한 작품으로 하여금 송강호의 오래된 모습도 새로운 모습도 만날 수 있으리라 본다.
지난 연기 생활을 돌이켜 본다면?
- 저는 행운아였다. 뛰어난 예술가들과 그들이 만든 작품에 동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행운아였다고 돌아 볼 수 있겠다.
내년에도 또 만나게 될 텐데
- 내년에는 더 자주 뵐 거 같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두 작품도 '마약왕'과 달라서 관객들이 반가워하실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