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다시 투자하면 성(姓)을 간다." 원금을 생각하면 여전히 3000만원을 날렸는데도 도리가 없었다. 증권사를 찾아 따지기도 했지만 법이 그렇다는 답밖에 못 들었다. 직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했고, 애초 2년 전 넣었던 원금 1억원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이런 일이 많은지 궁금해서 다른 증권사 직원에게도 물었다. 그 직원은 해당거래만 가지고 단정할 수 없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투자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
해외펀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을 받으면서 배당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즉, 주식을 직접 사고팔 때보다 세금을 더 많이 물린다. 여러 펀드에 동시에 투자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투자하고 있는 펀드 10개 가운데 9개가 손실을 냈다 치자. 유일하게 돈을 번 나머지 1개 펀드에는 세금이 붙는다. 순이익을 모두 따져 세금을 물리는 직접투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해외주식 직구로 돌아서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공모펀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불합리한 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공모펀드 덩치는 10년 동안 10%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200% 넘게 커졌다. 펀드 수도 마찬가지다. 공모펀드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문 데 비해 사모펀드는 2배가량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 투성이라 공모펀드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시중 유동성이 펀드시장으로, 자본시장으로 흐르게 하려면 과세 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