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펀드투자 다시 안 해"

2018-12-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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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수천만원을 날린 펀드에는 세금을 안 물리겠지. 실제로는 세금을 내야 할 때도 많다. A씨는 2015년 6월께 해외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 불행하게도 펀드 원금이 이듬해 반토막으로 줄었다. 그나마 평가액이 2017년에는 7000만원까지 회복됐다. 그는 다시 손실이 커질까봐 걱정돼 서둘러 펀드를 팔았다. 그랬더니 300만원이 세금으로 붙었다. 1년 사이 2000만원을 벌었다는 거다.

"펀드에 다시 투자하면 성(姓)을 간다." 원금을 생각하면 여전히 3000만원을 날렸는데도 도리가 없었다. 증권사를 찾아 따지기도 했지만 법이 그렇다는 답밖에 못 들었다. 직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했고, 애초 2년 전 넣었던 원금 1억원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이런 일이 많은지 궁금해서 다른 증권사 직원에게도 물었다. 그 직원은 해당거래만 가지고 단정할 수 없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투자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

해외펀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을 받으면서 배당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즉, 주식을 직접 사고팔 때보다 세금을 더 많이 물린다. 여러 펀드에 동시에 투자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투자하고 있는 펀드 10개 가운데 9개가 손실을 냈다 치자. 유일하게 돈을 번 나머지 1개 펀드에는 세금이 붙는다. 순이익을 모두 따져 세금을 물리는 직접투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해외주식 직구로 돌아서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공모펀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불합리한 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공모펀드 덩치는 10년 동안 10%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200% 넘게 커졌다. 펀드 수도 마찬가지다. 공모펀드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문 데 비해 사모펀드는 2배가량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 투성이라 공모펀드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시중 유동성이 펀드시장으로, 자본시장으로 흐르게 하려면 과세 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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