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저임금 인상 계기 결집…소상공인, 새해도 힘들것"

2018-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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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서 3만명 총궐기로 영향력…'독립 정책대상 규정' 성과도

"자영업자 육성하고 인정한 첫 정부…장기적 대응책 보여줘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24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올해가 "10여 년 소상공인 운동 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680만 자영업자 중 하루 3500개가 폐업하고, 매년 100만개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자영업자 3년 내 폐업률이 70%를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최저임금이 2년에 걸쳐 29.1%나 인상되고,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돼서야 소상공인들은 거리로 나왔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를 외치며 울분을 토한 그들은 마침내 조직화에 성공했고, 그 중심에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있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야당 대표 못지않게 껄끄러운 상대였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으로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을 향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전국 소상공인을 광화문에 불러 모아 사상 첫 총궐기를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높던 자영업자층의 강한 반발은 정부를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
최 회장은 “올해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동의 환경이 척박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걸 깨닫고, 정치가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한해였다”며 “이제 소상공인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일정 부분 주체세력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책임감을 고양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 회장은 지친 모습이었다. 연일 강행군에 병원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가며 일정을 소화하는 그는 이날도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어떻게 수정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 운동을 10년 넘게 했는데 올해가 제일 다사다난했다. 2018년 같이 힘든 한해는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워낙 험하게 보내다 보니 몸과 마음, 체력이 소진됐다”고 털어놨다.

정부와 소상공인연합회의 불협화음은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오르자 연합회는 최저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자율협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70%에 육박하던 때였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부담은 됐지만, 정부를 반대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은 문 정부를 지지하고 있던 시기였다. 다만, 맹목적 호응이 아니라 지적해야 할 부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려했던 자업영자 폐업, 일자리 감소, 근로자 소득 감소가 현재 지표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잘못된 정책에 박수치는 모습이 건전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후 개최한 소상공인 총궐기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주최 추산 3만명(경찰 추산 8000명)의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광화문 거리에 나섰다. 뿔뿔이 흩어져 조직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소상공인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총궐기 이후 달라졌다. 소상공인이 뭉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자 정부와 정치권은 이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 회장은 “사실 다들 각자 사는 데 바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총궐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공통 주제를 의논하고, 결집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자영업자의 저력은 현장에서 장사를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사는 데 있지만, 이것이 침해됐다고 생각하면 거리에 나설 수 있다. 정치권 결정에 따라 소상공인의 상황이 급변한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깨달았다. 기득권에 휘둘리는 모습보다 소상공인 집합체로 자리매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등불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앞으로 소상공인은 (목소리가) 명확해질 거다”고 확신했다.
 

최 회장은 내년 소상공인의 환경이 올해보다 더 척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민관이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최근에는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종합대책 수립에 동참하면서 소상공인을 독립 정책대상으로 규정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소원하던 정부와의 관계가 회복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항상 대화를 요청해 왔다. 정부가 과거에는 상대를 안 해주다가 이제야 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일 뿐이지 관계가 좋고 나쁨은 없다. 사실 자영업자를 육성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선언적 의미만 있고,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하다. 이제는 정부가 일시적 지원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민관 협력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 회장이 바라보는 2019년은 어떤 모습일까. 최 회장은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 당장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이슈가 될 거고, 이후에는 자영업자의 폐업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에는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준비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 또한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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