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 건설 예산을 두고 미 의회와 백악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목적인 아닌,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예산안에 반드시 국경 안보 부문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 전날 상원 문턱을 넘은 임시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단기 지출 법안은 하원의 승인을 거친 뒤 오는 21일 자정까지는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안을 거부할 방침을 밝히면서 셧다운 현실화 우려가 커졌다.
셧다운은 여야 간 대치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연방정부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일시 정지되는 상황을 말한다. 국토안보부와 국무부, 법무부 등 9개 연방 기관은 물론 내무부에서 운영하는 국립공원과 박물관 등이 임시 폐쇄된다. 다만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은 이미 확보해둔 예산 덕분에 셧다운과 상관 없이 운영된다.
셧다운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당장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타격을 입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2% 가까이 하락했다. 나스닥은 장중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가 6500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셧다운 위기는 지난해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을 두고 처음 불거졌으나 12월 21일께 막바지 협상을 통해 시한을 올해 1월 19일로 연기,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2019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할 당시 미 의회 내 갈등이 높아지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2013년 10월 이후 5년 만에 셧다운을 맞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통령 선거 연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간선거 이후 의회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