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빌딩. [사진=연합뉴스]
뿔난 재계·상장법인 단체에 밀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시간제 초안 공개를 미뤘다.
20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표준감사시간제 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내년 1월 11일 열겠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 표준감사시간제 초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청회 일정만 내놓은 것이다.
자유수임제도 도마 위에 꾸준히 올랐었다. 감사인 독립성이 훼손되는 바람에 번번이 분식회계 사태를 못 막았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회는 두 달 전부터 표준감사시간위원회를 만들어 개선안을 논의해왔다. 여기서는 자산 크기에 따라 감사시간을 최대 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감사시간 확대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다루었다. 예를 들어 자산이 200억원 미만인 비상장사는 가장 낮은 단계로 묶고, 3년 동안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을 유예해주는 식이다.
그래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외부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감사보수도 많아져서다. 자산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감사시간이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중소기업중앙회는 표준감사시간제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내놓았다. 입장문에는 늘어나는 감사시간만큼 회계법인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 담겼다. 국내 회계법인이 2017년 거둔 감사매출은 총 9688억원에 달했다.
재계·상장법인 단체는 입장문에서 "공인회계사회는 심의위원에게 초안도 보여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발표했다"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된 일정에 따라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배로 늘어나는 표준감사시간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인회계사회 측은 "감사품질을 높이는 것이 여러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감사시간 확대를 비용이 아니라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간 협의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라며 "이런 반응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