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잔치', '중국 패권주의 전략', '중국판 마셜플랜'···.
중국이 추진하는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도 일대일로는 올 한 해 전 세계 곳곳으로 외연을 넓혀 나가며 세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아프리카 37개국과 일대일로 MOU 체결
우선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 대상국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11일 중국 외교 심포지엄에 참석, 올 한 해 일대일로 '우군'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올 한 해 중국은 50여개 국가 및 국제조직과 일대일로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 현재까지 일대일로 협력 체결 문서만 14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중국이 아프리카 37개국과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이달 초 시 주석은 유럽 순방 기간 포르투갈과도 일대일로에 '합승'했다. 일각에선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도 지난 10월 중국과 제3국시장의 인프라 건설에서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사실상 일본이 중국 일대일로에 가세하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올 한 해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국과 교역액도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11월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국과의 교역액은 7조6200억 위안(약 124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이는 중국 전체 평균 교역액 증가율보다 3.3%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이집트와의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 46.6%, 25% 늘었다.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국 누적 투자액도 800억 달러(약 90조3600억원)가 넘는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중국·라오스 철도 구축,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개발 등도 모두 일대일로 프로젝트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미·중 무역전쟁 등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는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중국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일대일로 외연을 넓혀 나가며 세계 각국과의 투자 교역을 활성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한층 더 과시하며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2017년 열린 제1회 정상포럼에는 전 세계 각국 29명의 정상을 비롯, 130여개국 1500명의 각계 주요인사가 참석했다.
◆세력 넓히는 일대일로 '경계' 눈초리도
사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가 전 세계의 공동번영을 위한 사업으로, “중국만의 독주곡이 아닌 세계 각국이 함께하는 합창곡”이라고 강조해왔다. 각국과 상생협력을 추구,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전 세계가 불안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중국에 빌린 과중한 부채 때문에 잇달아 위기를 맞은 게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등 국가들이 일대일로 협력을 폐기하거나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사실상 약탈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일대일로엔 지정학적 패권 추구 성격이 배어 있다고 비난한다. 앞서 홍콩 명보는 중국이 중동·아프리카 등 국제무대에서 ‘농촌’ 격인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추진해 사실상 미국, 서유럽 등 ‘도시’를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는 과거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毛澤東)의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한다’는 전술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미국도 중국의 일대일로 영향력 팽창에 맞서 최근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600억 달러(약 67조6500억원) 규모의 해외투자기구를 만드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