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ILO 협약 비준" 한국에 공식 압박...한-EU FTA 분쟁해결 절차 돌입

2018-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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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단결권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시급히 비준 요구

EU FTA 상대국으론 첫 사례, 국가위상 실추 등 우려

민주노총 '노조 할 권리 쟁취!'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노동자 단결권, 강제노동금지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시급히 비준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의무인 ILO 핵심협약을 한국이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 중인 가운데 EU가 비준 압박 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는 17일 "EU 집행위원회는 오늘 우리가 한-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의 분쟁 해결 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어느 한쪽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하면 정부간 협의가 시작되며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경우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가 소집된다.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3명의 전문가 패널이 구성돼 권고 사항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양측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특혜 관세 철폐와 금전적 배상 의무 등 경제 제재가 따르지는 않지만, EU가 이를 토대로 계속 압박을 강화할 경우 국가 위상 실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무역관계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양측이 이행해야 할 노동과 환경 분야 기준이 주요 내용이다.

1998년 ILO 기본권 선언상 결사의 자유 인정을 비롯한 노동 기본권 원칙을 실현하고, ILO 핵심협약과 최신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이 핵심협약들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이다.

EU는 2009년 한-EU FTA 협상이 타결되고 2011년 효력이 발생하자 한국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이행을 위한 자문단의 EU 측은 2013년 5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에 촉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올해 9월 13일에도 EU 집행위 통상 담당 집행위원이 이재갑 고용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분쟁 해결 절차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10월 29일에는 주한 EU 대표부 대사가 이 장관을 만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한-EU FTA에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을 포함시켰다. EU가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을 근거로 FTA 상대국을 대상으로 분쟁 해결 절차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공약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 중이며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지난 7월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착수한 상태다.

고용부는 "분쟁 해결 절차 개시 이후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되는 경우 EU는 문제 제기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국가적 위상 실추 등도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핵심협약 비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양자간 자유로운 무역 확대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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