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올해 3분기까지 1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배경에는 브라질에 세운 일관제철소 'CSP(브라질페셍제철소)'의 성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년 염원 담긴 브라질 CSP...'꿈의 철강벨트' 구축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동국제강 당진공장에 장세욱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지역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모였다.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 페셍 산업단지에 세운 CSP에서 생산된 슬래브(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가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실제 동국제강은 고 장경호 창업주부터, 장 선대 회장, 장세주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고로 제철소에 대한 꿈을 품고 도전해왔다. 1962년, 1978년, 1997년, 1998년 등 4수 끝에 2005년 CSP 건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동국제강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철강사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이번 공사에 총 55억 달러(약 6조4000억원)를 쏟아부었다. 2007년 착공한 공사에는 세계 1위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50%)와 포스코(20%), 동국제강(30%)이 지분을 나눠 투자했다. 본격적인 가동은 2016년 말에 돌입했다.
이는 철강사에 한 획을 그었다. 동국제강은 CSP를 통해 남미와 아시아를 잇는 '꿈의 철강벨트'를 구축했다. 내부적으로는 슬래브를 자급자족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가격 변동이나 수급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
또한 양질의 반제품 공급을 통해 최고급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근·H형강 등 저가 시장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도 있게 됐다.
동국제강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300만t의 슬래브 가운데 약 20만t 가량을 국내로 수입, 차세대 고급 후판을 생산하는 당진 공장과 연계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고로제철소 설립은 동국제강의 오랜 숙원인데, 이를 이뤘다"면서도 "다만 철강 과잉공급 시대에서 CSP를 통한 제품 경쟁력 및 서플라이 체인(연쇄적인 생산 및 공급 과정)을 어떻게 잇고, 잘 관리해 나가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CSP 불과 2년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지난해 3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CSP에 대해 "내년부터 순익분기점(BEP)를 돌파할 것 같다"면서 "고로 사업 특성상 조업 2년만에 손익분기를 돌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깜짝 실적'은 현실화됐다. CSP는 가동 2년 만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2분기 흑자전환한 데 이어 이번 3분기 영업이익이 84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171% 급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작은 (철강) 공장도 보통 5년 정도는 돼야 영업이익을 낸다"면서 "상업생산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안정적인 생산 체제와 더불어 시황이 되살아난 영향도 컸다.
실제 CSP는 올해 3분기 총 78만t의 슬래브를 생산하며 전분기 대비 생산성이 7% 증가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300만t 수준의 생산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국제 철강 반제품 시황 호조로 슬래브 판매 가격이 t당 500달러 중후반까지 올랐다. BEP 돌파는 목전에 있다.
이 덕분에 동국제강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2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2.9% 늘었다. 2015년 2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영업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회사 측은 CSP 생산분이 연간 매출액을 약 1000억원 가량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효자라는 얘기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정적 수익성 확보를 위해 포스코, 발레 등 주주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