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강승훈 차장]
과거 남북의 사회문화 및 인도적·경제적 협력이 활성화되면 이에 상응해 건설수요는 파생적으로 발생했고, 활성화 정도가 클수록 건설수요 역시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대그룹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을 따서 2003년 지은 평양의 현대식 체육관인 '류경정주영체육관'이 대표적이다. 과거 개성공단 추진 시 현지의 전력, 진입로 등 기반 및 편의시설 공급도 대폭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산업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하면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남북경협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시 말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설산업이 남북의 경협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건설업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수요의 유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의 선제적 발굴·제안이 요구된다. 공급의 주체이자 최종 결정권자는 북한 당국이기 때문이다. 당장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교통분야를 비롯해 산업단지, 에너지 및 전력, 주택·도시개발(원산이나 함흥 등 주요 도시) 전반이 포함될 수 있다. 이외 농업기반·관광도 해당된다.
그렇다고 업계에서 마냥 기대감만 높여서는 안된다.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라진-핫산 프로젝트(철도·라진항 현대화 등)를 진행 중이고, 북한 측이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376㎞ 구간의 고속철 및 고속도로 투자·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 베트남과 같은 경제발전 모델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 도입 후 9년이 흘러 미국과 정식 수교했고,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가 이뤄졌다. 향후 북한이 미국과의 정식 수교로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이 있으면, 국제사회가 북한시장에 관심·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다. 즉 우리기업과 중국, 일본, 미국 등의 해외업체들과 경쟁관계 형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리 건설산업이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