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적기인가" vs 김병준 "할건해야"…인적쇄신 이견

2018-12-13 17:45
  • 글자크기 설정

14일 당협위원장 교체 보고 앞두고 인식차 드러내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적쇄신을 앞둔 자유한국당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4일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소속 의원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곧 21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초전 격으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범(汎) 친박계·잔류파의 지지를 받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의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 비대위원장에 추대돼 상대적으로 비박계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 비대위원장을 비토(veto·거부)하는 목소리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 김병준·나경원, 경선 의미 ‘탈계파’ 지목…설득력 떨어져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 첫 참석이었던 나 원내대표는 이날 김 비대위원장보다 5분 정도 앞서 회의장에 도착했다. 러닝메이트인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함께였다.

뒤늦게 도착한 김 비대위원장은 나 원내대표에게 “먼저 오셨네”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에 “같이 오는 줄 몰랐다”고 대답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가 있는 날이면 항상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만나 대회의실로 함께 왔다. 김 전 원내대표 시절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두 사람은 모두 계파가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나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해 “탈계파주의의 승리”라며 “일부 언론에 이번 선거가 계파주의에 의해서 치러진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다. 사실도 아니고 옳지도 않은 시각이다”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 또한 “일부 언론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제가 얻은 표는 68표”라며 “다른 후보에 비해 거의 두 배의 표차로 당선됐다. 우리 당을 친박·비박으로 분류하는데 정말 친박 출신이 68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득표수를 근거로 탈계파를 얘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애초 나 의원을 지지한 범친박계의 수적 우위가 두드러진데다, 투표권을 가진 의원 103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 사실상 계파간 ‘총력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이번에 지면 큰일”이라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인적쇄신 신경전, 김병준 “양이 문제” 나경원 “시기 문제”

인적쇄신을 두고 김 비대위원장과 나 원내대표의 견해차도 드러났다. 앞서 조강특위는 △20대 총선 ‘진박 공천’ 연루 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조장·방조 인사 △당 분열 조장에 책임 있는 인사 △존재감이 미약한 영남 다선 등의 쇄신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비박계도 일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박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나는 112명을 모시고 싸워야 된다. 한 명 한 명이 중요한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떻게 보면 우리 당의 단일대오를 흐트러트릴까 걱정이 된다. (인적쇄신의) 시기가 지금이 적절하겠느냐”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이런 의견을 김 비대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도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반응에 대해선 “거기까진…”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의원 112명’이라는 점을 나 원내대표가 강조한 것은 사실상 현시점에서의 인적쇄신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병준 비대위의 인적쇄신을 반대하는 친박계와 뜻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전날(12일)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인적쇄신 의지를 재확인한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도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발 물러선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가 ‘시기’의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선 “사람 하나 바뀌는데 늦고 이르고가 있느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인적쇄신의) 양을 먼저 봐야 한다. (나 원내대표가) 아무래도 양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발언과 달리 인적쇄신의 시기보다는 규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조강특위는 이날 오전 간단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적쇄신 기준 등을 기자들에게 알릴 예정이었지만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혀 금시초문이다. 조강특위 이야기를 전해듣지 못했다”고 답변을 피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