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고려대학교 총장 선거 열기가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대의 새 미래를 책임질 리더는 과연 누가 될지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총장 선거 후보 5명은 자신의 청사진을 내걸고 불꽃튀는 격돌을 펼칠 예정이다. 이후 총장추천위원회 평가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 3인으로 압축된다.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 대표위원들은 후보자들의 PPT 발표 등을 토대로 △교육·연구에 대한 비전 △운영 능력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 발표는 1인당 총 40분씩 주어진다.
선경 의과대 교수(61)를 비롯 △김동원 경영대 교수(59) △이두희 경영대 교수(61) △정진택 공과대 교수(57) △최광식 문과대 명예교수(65) 등 후보 5명은 총추위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대 첫 의대 출신 총장 꿈꾸는 선경 교수
고대 역사상 첫 의대 출신 총장이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선경 교수(61)가 앞서 첫 관문인 교원 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고대 역사상 최초의 의대 출신 총장 탄생 가능성에도 파란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1905년 개교한 고대는 1971년 우석학원과 고려중앙학원을 합친 의대를 출범했다. 하지만 50년에 가까운 역사상 의대 교수 출신 총장은 단 한 번도 배출된 적이 없다.
선 교수는 '대학다운 대학, 총장다운 총장, 고대다운 고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고대 정신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바탕으로, 인문학에 첨단 의료 IT가 결합한 대학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료 중심으로 운영돼 온 의료원을 캠퍼스화해 교육과 연구기능까지 함께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의예과 학부 과정 연구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의학도서관 시설 및 e-book 시스템 개선 및 병원도서관 관리시스템 개편 △보건대학원과 치의학대학원의 교육사업 활성화 지원 △바이오 메디컬 콤플렉스 조성을 통한 융복합 연구 지원 △각 병원별 집중 육성 특화센터 구축 △인건비 예산 연간 100억원 이상 증액 △단과대학에 예산집행권과 인사권 대폭 위임 등을 제시했다.
선경 교수는 한국인공장기센터 소장으로 국내 인공장기 연구개발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 한국생체재료학회 수석부회장,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당초 김영훈 순환기내과 교수도 총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고대의대교우회 등에서 후보 단일화를 권유해 선 교수가 후보로 나섰다.
◆표절 의혹 벗고 선거 몰입 나선 최광식 명예교수
총장직에 두 번째 도전하는 최광식 명예교수(65)는 지난 8월 정년퇴임해 유일하게 현직이 아닌 신분으로 총장직에 도전장을 냈다.
최 교수는 공약으로 △고대 소통광장 '아고라' 가동 △분권형 자율학장제 도입 △첨단융합연구원 △국제부총장제 신설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국제부총장제 신설이 눈에 띈다. 이는 국제 업무와 관련된 역량을 체계화하고, 4개 캠퍼스에 산재된 국제 관련 시설 및 기능을 가상의 '국제캠퍼스'로 만들어 질적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세계화는 고려대가 대한민국을 위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명이기도 하다.
또 외국인 전용학과를 개설하고, 매년 외국인 학생 수를 연간 300명씩, 임기내 총 1200명의 우수 외국인 입학생을 늘려가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재청장 등을 지냈다. 문화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외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립중앙박물관장, 고려대 박물관장, 총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최 교수가 최근 논문 표절 의혹에서 벗어나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총장 선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고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10일 최 교수의 연구부정행위(표절) 의혹에 대해 '무혐의'를 골자로 한 결정문을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했다.
최 교수는 지난 12일 "그동안 논문 표절과 관련된 가짜뉴스 때문에 마음고생이 상당히 심했다"면서 "13일 최종 3인 투표를 앞두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나와 개운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노동전문가로 이름 난 김동원 교수
김동원 교수(58)는 세계적인 노동전문가로 이름이 나 있다. 2015년부터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노동 관련학회인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보다 나은 새로운 고대'를 주창하고 있다. 노동전문가답게 대학은 개인이 아닌 서로가 함께 힘을 모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핵심 공약으로 대학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전담 조직'을 신설해 재정 관리를 전문화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4년간 1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교내외 전문가를 공모하고 전문 CFO를 선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획·재정 전문 직원을 담당부서에 배치하고, 외부로부터 전문펀드매니저를 영입하겠다고 공약도 내걸었다. 아울러 여성 교무위원 비율을 20%로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누구보다 대학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대학무용론이 나오고, 학령인구가 줄어 대학 등록금이 10년간 동결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뒤따른다"면서 "이런 시기일 수록 대학이 가야 할 전략적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 내부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를 모아 '2050 미래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해 위기 극복안을 모색하겠다"는 밝혔다.
한편 김 교수는 올 7월 전세계 48개국의 노사문제 전문가 2400명이 참가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2018 서울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학내에서 총무처장, 기획예산처장, 노동대학원장,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 번째 총장 도전 타이틀 거머쥔 이두희 교수
이두희 교수(61)는 총장 선거와 인연이 깊다. 이번 총장 선거전 출마로 세 번째 총장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교수는 앞서 자랑스러운 고대 또는 앞서가는 고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고대만의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의 공약은 교수들에게 맞춰져 있다. △논문 인센티브 제도 개선 △임용 T/O제 환원 △교수 직급제 다양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정착 연구비를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우수 연구자의 연구년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려 대형·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토록 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학 내 소통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대학이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 구성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소통위원회'를 만들어 교수를 비롯해 학생들까지 모두가 참여해 당면 현안을 검토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의 위기 상황에서 수입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재정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재정 인프라가 확충돼야 하고 이를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대외협력처장과 경영대학장, 국제교육원장, 경영전문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공감·공유로 시대 변화 그리는 정진택 교수
정진택 교수(57)는 기계공학 전공자로, 1993년 고려대에 부임해 대외협력처장, 공과대학장, 공학대학원 원장, 테크노콤플렉스 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년간 한국유체기계학회장을 맡았으며,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도 지냈다. 과학자로서 대중적 글쓰기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교수는 "대학도 시대 변화에 맞는 가치가 필요하다"며 "그 가치를 구성원 모두와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공감과 공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과대학 △학과 △연구단위 등 까지의 실질적인 자율경영을 꼭 도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드러냈다.
한편 고대 법인 이사회는 이날 총추위가 추천한 3명 중 최종 1명을 내년 1월 하순까지 차기 총장으로 선임한다. 현임 총장 임기만료 40일 전에는 신임 총장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1월19일까지는 신임 총장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