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부회장단 및 사장단 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겨 단행했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재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2일 “최근 중국 및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임원 인사에 이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감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해외사업부문에서도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대대적 인적 쇄신 통해 미래경쟁력 강화
사장 승진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지영조 사장이다. 지 사장은 부사장으로 영입된 지 22개월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업계에선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전략기술본부는 현대차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헬스 케어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지 사장은 전략기술본부 설립과 동시에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지 사장은 미국 AT&T 벨 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맥킨지와 액센츄어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전략, 마케팅 등을 컨설팅해온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선 서보신 현대차 생산개발본부장 부사장도 생산품질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서 사장의 승진은 생산과 품질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 사장은 그동안 생산개발본부를 맡아 생산기술혁신을 주도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사장을 겸직하게 된 여수동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내년 1월 양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여 사장이 합병과정을 주도하고 합병법인의 안착을 위해 힘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기존 기획조정2실장으로 그룹 지배구조 정비 업무를 맡아온 인물 중 하나다.
기존 정진행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차그룹의 대외적 ‘얼굴’ 역할을 맡게 된 공영운 사장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노련한 부회장단, 주요 계열사 전진배치...당면과제 대응
이번 인사에서 그간 현대차그룹의 핵심역할을 맡아온 부회장단은 각 계열사의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경영진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해 큰 변화 속에 안정감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2인자로 통하던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 대표를 맡고 그동안 현대제철을 이끌던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맏형인 윤여철 부회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 관계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해당 분야 베테랑인 윤 부회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진행 사장은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긴다. 현대차그룹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의 전진배치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아래 김걸 기획조정1실장(사장)이 지배구조개편 현안 등 그룹의 살림을 총괄 담당하는 구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인적쇄신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며 "크게 봤을 때 부회장들이 계열사별로 당면한 과제에 대해 대응하고 사장단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그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