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와 함께 걸어가되 우리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여는 것은 국민과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사 김규식 선생께서는 1948년 최초의 남북협상에 참여한 후 '이제는 남의 장단에 춤출 게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추는 게 제일'이라고 하셨다"며 "이 말에 평화·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원칙·방향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판문점 남측 지역 방문과 자신의 평양 방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지뢰 제거,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등 일련의 남북 긴장 완화 조치를 거론하면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누가 시켜서 남의 힘에 떠밀려서 이뤄진 변화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국민·세계와 함께 한반도 평화·번영의 여정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가나해역에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급파해 우리 선원을 구출한 일과 인도네시아 지진과 쓰나미 사고 당시 가족과 함께 실종자를 찾은 일, 사이판에 고립된 우리 국민의 무사귀환을 위해 군 수송기를 파견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은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매우 경사스러운 해로, 우리 외교 역사도 임시정부와 함께 시작됐다"며 "1919년 3월 파리 강화 회의에 신한청년단 대표로 파견돼 독립청원서를 제출하신 분이 바로 김규식 선생이시고, 선생은 돌아와 상해 임시정부 초대 외무총장이 되셨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외교는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길이었고 곧 독립운동이었다"며 "우리는 우리의 외교가 자주적인 독립정신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정신은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를 세계 속의 중견 국가로 당당히 세우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아니지만 세계 외교 무대에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 외교관 한분 한분의 사명감으로 이뤄낸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국가 경영에서 지금처럼 외교가 중요해진 때가 없었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우리도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국민 중심의 국익외교로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어떻게 실현할지, 과거 외교를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외교 다변화도 중요한 문제로, 특히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외교 다변화의 핵심"이라며 "내년은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데, 평화와 함께하는 혁신적 포용 국가의 활로를 외교가 앞장서 열 수 있게 힘을 모아달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초당적 자세로 우리 외교가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싱가포르 순방 당시 김은영 (외교부) 국장이 과로로 쓰러졌다. 김 국장의 쾌유를 빌며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외교관의 건강은 우리 국민과 국가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부디 임지에서도 본인과 가족의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