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출구 앞, 고장난 승용차가 정차해 있다. 그 뒤로 터널을 통과하던 자율주행차(시속 40㎞)가 일정 간격을 두고 멈춘다. 충돌 우려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에 달려 있던 카메라가 앞쪽에 차량 유무를 인지하고, 레이더가 움직임을 가늠한다.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 내 조성된 '케이-시티(K-City)'에서 12대의 자율주행차가 달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9개 업체·기관이 제작한 차량이다. 이들 자율주행차는 무단횡단 보행자 인식·정지, 어린이보호구역 자동 감속 등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처럼 전도유망한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케이-시티다. 통제된 환경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케이-시티는 2016년 계획 수립 이후 16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2.9㎢)의 8분의 1 규모인 36만㎡로, 총 125억원이 투입됐다. 세계 최초 5G 통신망을 구축, 고속도로·도심·교외·주차장·커뮤니티 등 5개 실제 환경을 재현하고 있다.
여기에 35종의 실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고속도로의 경우 요금소·나들목이, 커뮤니티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등이 꾸며졌다.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 화성시 소재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전경.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내년부터 악천후에서도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상재현 시설 및 통신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한 시설 설치에 31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케이-시티 고도화는 2021년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한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레벨5 단계 중 2020년까지 레벨3 수준을 목표로 한다. 고속도로와 같이 신호 등의 통제를 받지 않는 곳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정도다.
국토부는 상용화가 원만하게 추진되도록 '자율주행차 상용화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은 당초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지난 10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벨4, 레벨5 수준의 상용화를 위한 시범지구 지정 및 규제프리존을 골자로 한 법안도 내년 초 발의할 예정이다"며 "이밖에 보험제도 등의 제반사항도 내년에 다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발족한 '자율협력주행 산업발전 협의회' 활동을 통해 중견·중소기업 회원사가 84개에서 188개로, 이 중 중소기업은 38개에서 103개로 증가했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계획보다 51% 증가한 3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또 801억원을 자체적으로 투자했다.
김정렬 2차관은 "자율협력주행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케이-시티 인접 지역에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산업단지를 2021년까지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케이-시티(K-City)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이날 자율주행차 시연에 앞서 케이-시티 준공식이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기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낙연 총리는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래 자동차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없애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