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국제유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에 맞서 산유량 감산에 합의하기 직전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이른바 'OPEC+(플러스)'는 오는 6~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가 안정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OPEC+는 이날 빈에서 국제유가가 지난 2개월 새 30% 가까이 추락한 만큼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감산 규모는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의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최근 이 나라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감세 효과로 작용해 성장세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OPEC+의 감산을 경계했다. 트럼프는 "바라건대 OPEC은 원유 공급량을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보고 싶어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OPEC은 6일 연례총회를 열고, 이튿날에는 러시아 등과 OPEC+ 회의를 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감산 결정이 나올 공산이 크지만,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 국제유가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게 뻔하다. 이란은 최근 감산 합의가 무산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 10월 초 배럴당 86달러에서 최근 50달러 대로 밀렸다가, 60달러 선으로 간신히 복귀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월 초 배럴당 76달러를 웃돌았지만, 지난주에는 50달러 선이 깨질 뻔 했다.
전문가들은 OPEC+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감산에 나설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앤 루이스 히틀 우드멕켄지 컨설턴트는 보수적인 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사우디는 내년 상반기 재고 증가를 억제하려면 최소한 전 세계 공급량의 1% 수준인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큰 만큼 감산 규모가 최대 하루 15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