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를 늘리려는 정부에 회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건전한 경쟁구조를 훼손할 뿐 아니라 회계감사 품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전체 회계법인 매출액 가운데 회계감사 업무의 비중은 2015년 34.6%에서 지난해 32.5%까지 감소했다. 세무대리와 경영자문 업무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0%, 30.0%였다.
대부분의 회계법인이 감사를 저가로 수임하고 경영자문과 세무대리 업무로 수익을 보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평균 감사보수는 2015년 3100만원에서 지난해 2900만원까지 감소했다.
최근 2년 사이 회계법인 수가 20곳 가까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화되는 추세다. 이는 본업인 감사보다 세무로 돈을 버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회계사 2만556명(9월 말 기준) 가운데 세무대리 등록 인원은 1만3067명에 달한다.
그래도 4대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경우 아직 매출에서 감사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4대회계법인은 같은 기간 평균 감사보수가 700만원가량 올랐다. 법인 규모가 작을수록 감사 업무를 맡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계업계는 이런 이유로 회계사 증원보다 감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감사 업무의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특정 회계법인 감사 편중과 저가수임 경쟁도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인원이 단기적으로 부족할 수는 있지만, 이는 회계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공인회계사시험 선발인원을 올해보다 150명가량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