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5일. '2018 대한민국 최대 산업기술 R&D(연구개발) 대전'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오는 7일까지 3일간 지속되는 이번 행사의 첫날인 이날, 전시장은 학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청소년들의 열기와 행사 관계자들의 의욕으로 가득찼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스마트전자·스마트제조·바이오헬스 등 산업별 117개 산·학·연이 참가해 총 307개 부스를 꾸리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제품 등을 선보였다. 그 중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의 '휘어지는(플렉시블) 유기 태양전지'가 눈에 들어왔다.
코오롱인더가 개발하고 있는 유기 태양전지는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페트(PET) 필름에 유기물질을 액체화해 바른 뒤 코팅한 제품이다. 단위소자(가로, 세로 2.5cm 크기의 셀) 기준 12%의 광변환 효율과 2년여의 수명을 자랑한다. 광변환 효율이란 태양에너지 100이 투입될 때 생산되는 전기에너지 양이다.
코오롱인더는 강서구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 타워 내 연구소에서 파일럿 장비를 통해 연간 500MW(메가와트)가량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유기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부스에서 방문객들의 전시 관람을 돕던 구자람 코오롱미래기술원 에너지환경랩 책임연구원은 "자사가 생산한 유기 태양전지는 효율과 수명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국내 업체 중 자사가 유일하게 유기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유기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곳은 유럽에도 몇 군데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유기 태양전지는 연구소 실험을 통해 1000번 접어도 성능을 발휘하는 데에 끄떡없다는 인증을 받기도 했다. 구 연구원은 직접 손으로 유기 태양전지를 접어 기자에게 보여줬다.
유기 태양전지의 또 한 가지 장점은 비 오는 날 실내광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일반 태양전지의 경우 실내광을 통한 발전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부스 정중앙에 마련된 유리 상자 안에는 평행사변형 모양의 유기 태양전지가 전시돼 있었는데, 모서리마다 설치된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이에 대해 구 연구원은 "바닥 부분의 약한 조명으로 유기 태양전지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 LED에 불이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기 태양전지를 상자 밖으로 꺼내자 LED 불빛이 꺼졌다.
이어 "이런 장점 덕분에 외부업체들로부터 유기 태양전지를 의류나 창문 등에 적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쯤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의 유기 태양전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까지 강남구에 마련된 한 모델하우스 창문에 쓰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 연구원은 "기존 모델하우스에는 실리콘을 소재로 한 유기 태양전지가 적용됐지만, 미관상 좋지 않고 무겁다는 평이 있어 가벼운 자사 제품으로 대체됐다"고 했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버스정류장 에서도 이 회사의 유기 태양전지가 적용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늘막 기능을 하는 천장에 적용된 유기 태양전지는 낮 동안 태양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야간 중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 내 테마파크에 설치된 그늘막에도 유기 태양전지가 이같은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구 연구원은 "2013년도 유기 태양전지 개발 당시에는 야외활동을 할 때 입는 의류나 가방 등 소면적 위주로 활용하려고 했다"며 "이제는 그늘막이나 건물 외벽 등 좀 더 넓은 면적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