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리는 중국 금융시장...몰려오는 늑대들

2018-12-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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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알리안츠, 아멕스···" 대륙서 보폭 넓히는 외국계 금융사

中 금융시장 경쟁력 높일까 기대

시장 불확실성, 정부 감시통제 등은 불안요소로 지적

외국계 금융회사의 중국시장 진입일지.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 금융시장의 대문을 더 활짝 열어젖힐 것이다."

지난 11월 5일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 차츰 실현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잇달아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중국 금융업 진출이 두드러진다.
사실 금융시장 개방은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장 개방의 주요 분야 중 하나다. 올해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한 중국으로선 무역전쟁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금융시장 개방에 서서히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외국계 회사들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발판을 다지기 힘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UBS, 알리안츠, 아멕스···" 빗장 풀리자 몰려오는 늑대들

실제로 최근 중국 증권업, 보험업 방면에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앞서 4월 중국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시장 개방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연내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보험사의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을 51%까지 높이고, 3년 안에 완전 철폐하기로 하는 등 금융업에서 외국인 장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조치를 여럿 내놓았다.

이에 따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달 30일 스위스 UBS그룹의 중국 합자증권사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 걸 승인했다. 중국 합자증권사 지분을 51% 이상 확보한 것은 외국계 IB로는 UBS가 처음이다. 현재 증감회에 합자증권사 지분 과반 확보를 신청한 노무라, JP모건의 승인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11월 25일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가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독일 알리안츠 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걸 허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초에는 미국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중국 은행카드 청산·결제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가 중국 결제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10월 말 베이징에 독자기업인 피치보화(惠譽博華)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피치는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지난 3월 말 외국계 신평사들에 중국 신용평가 시장을 개방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에셋운용의 중국 법인인 '미래익재투자관리(未來益財投資管理)'는 우리나라 자산운용사 최초로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사모펀드를 운용할 자격을 획득했다. 외국계 기업이 독자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을 따낸 건 피델리티, UBS, 블랙록, 슈뢰더, 워터브리지 등에 이어 16번째다. 이로써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기준 53조6000억 위안(약 8671억원)에 달하는 중국 사모펀드 시장에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코리안리재보험은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지점 내인가를 획득했다. 2014년 11월 중국 내 지점 인가를 신청한 지 4년 만이다.

볜융쭈(卞永祖) 인민대학교 중양(重陽)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관영 경제지 증권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금융 영역에서 대외개방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중국 합자회사 지분 비중을 확대해 합자회사 내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5경원' 中 금융시장 경쟁력 높일까 기대

중국의 시장 대외개방 조치로 향후 생명보험, 증권, 자산운용, 은행업 등 45조 달러(약 5경원)의 중국 금융산업에서 아직은 미미한 글로벌 기업 점유율도 차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이 가장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산운용 시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중국 자산운용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 시장 점유율이 2030년 4%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이 운용하는 자산관리 규모가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생명보험시장에서 외국계 기업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6%에서 2030년 11%까지 높아져 보험료 수입이 21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2030년 외국계 기업이 중국 은행업, 증권업에서 벌어들일 수익이 각각 290억 달러, 33억 달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볜융쭈 연구원은 “중국 금융업 대외개방은 금융업과 실물경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중국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감독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금융시스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펑허녠(憑鶴年) 중국 민생증권 회장은 "늑대(외국기업)가 오고 있다"며, 이것이 중국 금융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불확실성, 정부 감시통제 등은 불안요소로 지적

물론 일부 외국계 회사들은 중국 금융업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합자증권사를 운영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아직 당국에 합자증권사 지분 과반 확보 신청을 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 이유로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개방 로드맵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 불확실하고, 게다가 미·중 무역갈등 분위기 속에 중국 내 금융사업을 확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강한 통제와 감시 등 '보이지 않는 장벽' 역시 글로벌 IB들이 중국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밖에 중국 토종기업들이 이미 장악한 중국 금융시장에서 자리잡는 게 사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도이체방크, RBS 등 은행들은 중국 은행업 시장에 진출해 소매 영업을 펼쳤지만 결국 철수하기도 했다.

다만 상하이와 런던 증시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룬퉁(滬倫通)이 개통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를 위해 자산을 해외로 배분하면서 외국계 은행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지분 제한 완화로 합자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면서 중국 토종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도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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