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앞에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만든 팻말이 바닥에 놓여있다. 팻말에는 "브렉시트,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영란은행이 영국이 유럽연합(EU)와 브렉시트 조건을 합의하지 못한 채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서 무질서한 EU 탈퇴가 진행될 경우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주택가격이 30% 폭락하고, 경제 규모가 8% 가까이 쪼그라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이 경험한 6.25% 경제 위축보다 더 나쁜 결과다.
아울러 영란은행은 무질서한 EU 탈퇴로 인해 영국은EU 소속 국가로서 비(非) EU 국가들과 맺고 있는 무역협상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국경 인프라는 복잡한 관세 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영국 의회의 요청에 따라 나온 것이다.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할 예정이며, 영국과 EU는 지난주 브렉시트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공식 마무리짓고 각자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합의문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는 피할 수 있게 된다. 12월 11일 영국 의회는 비준 동의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인데 여야 모두 테리사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불만이 커서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영란은행의 이날 전망을 두고 지나치게 암울한 상황을 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으나,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28일 런던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일은 최선을 바라는 게 아니라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앞서 영국 재무부 역시 브렉시트 보고서를 발표해 메이 총리의 계획대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따라 탈퇴를 진행할 경우 영국 경제 규모는 15년 후 EU 잔류를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 최대 3.9%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에는 GDP 감소 규모가 9.3%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필립 해먼드 장관은 순수한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EU를 탈퇴하더라도 교역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EU에 잔류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