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KT, 냉정해라

2018-11-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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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테두리 이외의 보상....부담은 결국 누구 몫인가

 


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보상 여부와 범위가 관심이다. KT는 유·무선 가입자에 대해 1개월치 이용료를 면제해주겠다는 피해보상책을 확정했다. 별도의 자영업자 배상책을 마련중이라고도 했다.

KT 약관상엔 고객이 3시간 이상 연속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기본료와 부가사용료의 최대 6배를 보상토록 돼 있다. KT가 별도 보상을 할 약관상의 의무는 없다.
법적으론 특별손해가 입증될 경우 영업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특별손해는 화재로 인한 통신망 두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관건이다. 또 KT가 이같은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는 지도 중요한 판단의 잣대다.

법조계는 커피숍·제과점 등은 특별손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다만 퀵서비스나 배달앱 등 영업활동이 100% KT 통신망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통상적 매출과 통신망 두절 기간의 매출을 비교, 그 차액은 특별손해로 간주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KT의 통신망 두절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수는 17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10만원씩 보상을 할 경우 총 보상액은 170억원이다. KT가 확정한 1개월치 이용료 면제로 KT가 입는 손실 규모는 317억원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했다. 자영업자 보상책에 따라 KT의 손실 규모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7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KT의 이번 4분기 영업이익 추정액(2503억원)의 15%에서 많게는 30% 정도가 보상 규모에 따라 감소한다. 

KT는 고민 중이다. 여론과 정부의 시선이 따갑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이다. 문재인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란 무리수까지 동원한 것도 52시간근무제·최저임금제 등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지세력의 이탈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정부가 눈꼬리만 올려도 KT 황창규 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와 정치권은 자영업자의 영업피해를 전액 보상하라고 KT를 공공연히 압박한다.

여론과 정치권 압박에 떠밀려 자영업자의 영업피해를 KT가 전액 물어줄 경우 금고 사정이 걱정이다. 통신요금 인하로 가뜩이나 돈줄이 말랐는데 5G(세대)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돈 쓸 곳은 많다. 통신3사가 차세대 서비스를 놓고 일대 격전을 벌일 태세인데, 총알이 없는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

KT는 자영업자의 영업피해에 대한 보상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통신은 대표적 규제산업이다. 각종 인·허가와 주파수 할당 등을 놓고 사사건건 정부와 대면해야 한다. 유영민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26일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한 통신3사 CEO들을 불러놓고 첫머리에서 강조한 것도 통신 주파수가 공공재란 점이었다. 이번 화재는 민간 업체의 사고인데, 공공재란 특성상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CEO 리스크가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KT로서는 부담이다. KT가 이번 보상책을 회사 경영 차원이 아니라 CEO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KT가 17만명의 피해 자영업자에게 각 10만원씩 총 170억원을 보상했다고 치자. KT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KT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 비용을 감당할까. 기업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자기 손목을 자를 사람이 있을까. 

이 비용은 결국 오랜시간에 걸쳐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나누어 전가된다. 현재와 미래의 KT 이용자가 어떤 식으로든 이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활동은 대개는 장기간의 영업활동에 걸쳐 부지불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KT도 이용고객도 그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전체 이용자가 17만 자영업자의 피해를 상호부조 하는 셈이다.

KT는 법적 테두리에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최선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억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자신과 KT의 계약이었다. KT가 통신망 두절로 예상 범위를 벗어난 자영업자의 피해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면, 반대로 통신망 설치로 인한 초과이익을 자영업자들이 KT와 나누었는가. 

기업은 사회 시스템 아래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짜고 영업활동을 한다. 시스템 밖에서 해야할 일을 기업에 강요해서는 안된다. 제도가 잘못됐다면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통신은 공공재다. 통신사들은 그래서 주파수 할당을 통해 공공재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한다. 정부는 공공재 수익의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목적지는 통신망 이용자다. 이번 피해에 대한 법적 한도 이상의 책임은 따라서 정부에 있다. 주파수 이용대가를 어디에 써야 하는 지 정부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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