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혹은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미·중 무역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결과를 전 세계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지만 일시적 휴전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한국을 비롯해 두 열강 사이에 끼인 많은 국가들이 조만간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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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간 회담은 다음달 1일로 예정돼 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마주앉는 자리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자 그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G20 정상회의는 또다시 세계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장소가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중 회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양대 체제인 미·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 국민은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타오원자오(陶文釗)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회담이 이뤄진 것은 양국이 협력을 바란다는 뜻"이라며 "부정적인 측면은 적절히 관리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와 달리 회담 결과에 대한 전망은 다소 어두운 게 사실이다.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간의 사전 교섭 과정에서 중국이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할 가능성은 높다.
미국산 제품·원료 수입 확대는 물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금융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구체적 계획 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적(治績) 과시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런 정도의 양보만으로 무역전쟁의 완화 또는 일시적 휴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양국 갈등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는 중국의 굴기를 막고 정치·경제·기술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포기 혹은 대폭 수정을 요구 중인데, 시 주석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정치적·외교적 패배를 수용할 수는 없다.
결국 2020년 트럼트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간 관세 분쟁은 더 큰 그림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며 "무역 분쟁을 넘어 환율전쟁, 자산동결 등의 단계가 많고 군사적 측면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이 10차례 등장했던 반면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보고서에는 36차례 언급된 점을 들며 "미국의 중국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올해 초부터 미국의 무역 보복으로 중국은 전에 없던 양보를 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중국을 중장기적 적수로 선포하고 정치·통치체제,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소란스럽게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미·중 회담에서 극적인 화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변국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의 설전이 이어졌고 회원국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정 교수는 "미·중 갈등은 '어느 편이냐'를 묻는 전략적 고민을 안겨 준다"며 "점점 피곤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