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국민 메신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와 라인(네이버)이 금융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다수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전보다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국내에서 자체 역량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라인은 글로벌 영역 확대를 위해 현지 유력 금융사와 손을 잡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5일 네이버와 카카오에 따르면 양 사는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지난 24일 오전 기준 준비된 14건의 투자상품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복잡한 절차가 없고, 예상 수익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등의 간편함과 직관성이 이용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그 바탕에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이 있다. 카카오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막 보급되던 시기인 2010년 3월 가장 먼저 카카오톡을 출시해 메신저 시장을 선점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수는 4358만명(글로벌 5011만명)으로,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전부가 카카오톡을 메신저로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용자 기반을 다진 카카오톡은 모바일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분야로 금융을 낙점했다. 현대 사회의 필수 서비스인 금융에서도 친숙하고 쉬운 ‘카카오톡 DNA’를 적용해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9월 온·오프라인 결제를 모두 지원하는 카카오페이를 내놓은 이유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가입자 수 2500만명(2018년 11월), 월 거래액 2조3000억원(2018년 10월)에 달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 전략은 네이버의 라인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네이버 또한 모바일로 플랫폼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2011년 6월 메신저 라인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카카오톡이 확고한 위치에 오른 상태였다. 네이버는 2012년 이웃 국가 일본으로 발을 넓혔고, 대만과 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월간 사용자 수는 카카오보다 많은 1억6500만명(2018년 3분기 기준)에 달한다. 뒤늦은 진출이 네이버에 오히려 약이 된 셈이다. 라인 또한 카카오와 같은 해인 2014년 12월 온·오프라인, QR코드 결제 등이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출시했다.
카카오와 라인이 한국과 일본에서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후 핀테크 영역으로 밟을 넓힌 것은 동일하지만 세부 전략에선 차이가 있다. 라인은 일본 현지 금융사와 손을 잡는 방식을 택했다. 라인은 지난 1월 일본에서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알렸다. 이후 5월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증권과 자본금 100억엔(약 1000억원)을 투입해 ‘라인증권’을 설립했다. 투자신탁, 자산운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라인 메신저 내에서 이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챗봇과 콜센터를 운영하고 라인페이를 활용한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에는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사 '재팬니혼고아'와 손잡고 ‘라인보험’ 서비스도 선보였다. 라인 내에서 1분 내에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 보험과 달리 고객의 생활 패턴이나 상황에 따라 1일 단위로 가입하는 단기형 보험부터 재난 보험, 자전거 보험, 변호사 상담 비용 보험 등 상품을 세분화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강재승 라인 파이낸셜 플러스 테크 리드는 “우리의 역량으로 금융 생활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며 “라인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친숙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한 것처럼 금융에서도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