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잘못된 만남...민주노총 총파업날, 이재갑 장관 청년 미팅

2018-11-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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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정치경제부 기자[사진=원승일 기자]


21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년들과 부임 후 첫 미팅을 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 청년 취업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서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주노총이 대규모 총파업을 벌였다.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사업 등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해서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달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청년들은 임금을 받게 해 달라 하고, 노동계는 임금을 더 올려 달라고 했다.

누군가 자리를 내주고(은퇴), 누군가 임금을 적게 받아야(임금피크제) 청년이 들어갈 일자리(신규 채용)가 생긴다. 고용시장의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일자리를 지키겠다 버티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떼쓰는 노동자가 많을수록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신산업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면 되지만, 먼 미래의 얘기다.

청년들은 당장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존 노동자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해야 한다. 아들, 딸들을 위해.

이재갑 장관이 잘못 만났다. 청년보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을 먼저 만나야 했다. 민주노총을 만나 대화해야 했다. 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한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노동유연성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이 협력하자고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총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메시지조차 없었다. 총파업 중 무단점거 등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청년을 만나서도 고용상황이 어려우니 청년 일자리 대책을 빈틈없이 이행하겠다고 했다. 노동자가, 청년이, 국민이 듣고자 하는 얘기는 이게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둔 대한민국 경제가 왜 하강 국면인지, 일자리 정부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인데 왜 실업이 속출하는지 듣고 싶은 것이다.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지,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왜 줄어들지 않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정작 정부는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뒷짐진 채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김건모는 ‘잘못된 만남’이라고 불렀다.

문재인 정부를 믿고 지지했던 노동계가 이제 정부를 공격하고, 정부는 노동계를 비난하고 있다.

이들을 잘못된 만남이라고 치부하기엔 현 경제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노동 선진국이 “일자리 분담”을 거론할 때 대한민국은 “내 임금, 내 일자리”를 얘기하고 있다.

정부는 거꾸로 가는 노동시계를 빨리 되돌려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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