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홍도와 대흑산도에서 국내 희귀새 발견
12년전, 2006년 9월20일 전라남도 홍도초등학교 풀밭에서 처음 보는 새 두 마리가 발견되어 사람들이 흥분한 적이 있었죠. 연노랑 눈썹선이 특이한 이 새는 버들솔새, 혹은 연노랑솔새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새였습니다.
영어로는 윌로우 와블러(willow warbler)라고 부르는데, 윌로우는 버드나무라는 뜻이고 와블러는 휘파람새, 혹은 울새를 의미하죠. 그러니까,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우는 연노랑 버들빛 솜털을 지닌 새를 말하는 거겠죠.
# 스웨덴 연구진이 버들솔새 비행항로 추적
최근 이동생태학(movement ecology) 저널에 버들솔새의 비행항로를 측정한 연구결과가 실렸네요. 스웨덴 룬드대학 생물학자들은 여름철 러시아 북동부 캄차카반도에서 붙잡은 버들솔새의 등에 아주 작은 데이터 기록장치를 달았죠. 그리고는 이듬해 여름 다시 그곳에 날아온 '데이터 장치' 달린그 새를 잡았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버들솔새 비행의 비밀을 분석하기 시작했죠.
10그램 밖에 안되는 이 새는 시베리아 동부를 출발해, 남서 아시아를 지났고, 지중해 동부를 거쳐서, 케냐와 탄자니아에 도착했습니다. 이 거리는 1만 3천km 쯤 됩니다. 연구자들은, 기록장치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이 이상의 기록을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버들솔새는 탄자니아를 지나 동남 아프리카 쪽으로 더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비행거리1천km를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 한살 배기 반뼘 짜리 새의 2만8천km 비행
버들솔새는 다른 철새들처럼 무리를 지어 비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단독비행입니다. 그리고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은 태어난지 1년이 안되는 한살배기부터입니다. 어린 버들솔새는 태어나서 기력을 얻자마자 바로 비행을 시작해서 왕복 2만8천km를 여행하면서 여름과 겨울을 납니다. 아마도 여행을 하는 과정이 곧 성장의 시절이기도 할 것입니다. 버들솔새는 수명이 15년에서 30년으로 비교적 장수하는 새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작은 새가 동료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 정확하게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침반이 없는 버들솔새는 어떻게 캄차카반도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에는 세 마리의 수컷 버들솔새를 이용했는데, 셋 다 거의 비슷한 경로로 움직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버들솔새의 나침반은 태양의 편광과 지구 자기장의 경사치일 수 있다는 짐작을 내놓습니다. 편광과 자기장의 차이가 새들의 예민한 감관에 포착되면서 가야하는 곳의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 태양의 편광과 지구 자기장을 나침반으로 활용?
버들솔새의 매력은 이름에도 있듯이 울음소리가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반뼘 밖에 안되는(11cm) 새가 청아하고 매끄러우면서도 발랄한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재잘거리는 소녀처럼, 멋드러진 휘파람처럼, 쉬지도 않고 신나게 지저귑니다. 이 새가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그토록 먼 길을 여행하는 까닭은, 귀를 씻는듯한 고운 노래소리를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들려주고 싶어서인 건 아닐지요. 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지저귀는 듯 합니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