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출범한 회계법인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회사 덩치에 따라 제각각이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이달 15일 설립총회를 열었다. 노조는 초대 지부장으로 황병찬 회계사를 뽑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큰 회사다. 1등이 1호 노조를 만든 셈이라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병찬 지부장은 "노조 가입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철 전국사무금융노조 미비국장은 "무사히 안착한다면 다른 회계법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직 동종업계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은 말을 아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고, 한영회계법인 측도 "애초 근로자대표를 선임하지 않아 논의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유연근무제에서 비롯됐다. 안진·삼정회계법인은 근로자대표단을 뽑아 유연근무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한영회계법인은 유연근무제 없이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로 했다.
대형 회계법인이 노조 출범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데 비하면 중소 회계법인 쪽에서는 불안감이 크다. 한 중소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은 곳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5~10년은 두고 적용해야 할 문제를 1년 만에 끝내려고 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젊은층'은 대체로 노조를 반겼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얼마 전 보도자료에서 "해마다 1000여명이 회계법인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조 설립으로 회계사가 전문가적인 양심을 가지고 일하게 돼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회계사시험에 합격한 A씨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B씨도 "처우가 나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