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소재 제일약품 본사 [사진=인크루트]
제일파마홀딩스가 제일약품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지주사 중심으로 지배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13.53%였던 제일약품 지분율을 48.68%까지 확보했고, 제일약품 주주 구조는 재정리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최대주주가 한승수 외 6인에서 제일파마홀딩스 외 6인으로 변경됐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은 갖고 있던 제일약품 지분 27.31%를 3%만 남기고 홀딩스 주식과 교환했다.
현행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이며,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 50% 이상을 차지해야 지주회사 성립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 20%를, 비상장 자회사라면 40%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마저도 최근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각각 30%, 50%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홀딩스는 이달 초 현물출자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하며, 제일약품 700만 주(47.6%)를 공개 매수했다. 제일약품 주주 대상으로 출자를 받고, 해당 주주에게 홀딩스 신주 1162만7848주(2785억원)를 발행했다.
이는 제일약품 주식 516만9232주와 교환됐다. 이 과정에서 제일약품 오너가는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보다 사업회사인 자회사 주식을 선호하는 주주 성격 덕에 홀딩스 지분을 순조롭게 확보했다. 그 결과 홀딩스 지분율을 기존 43.53%에서 73.12%까지 끌어올렸다.
한승수 회장의 홀딩스 지분율은 27.31%에서 57.77%로 대폭 늘었고, 아들인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은 5.02% 늘어난 9.68% 지분율을 가졌다.
결국 홀딩스는 제일약품 지분율을 48.68%까지 확보해 지주사 요건 충족에 한발 더 나아갔으며, 오너가 지배구조 역시 단숨에 확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일약품 행보를 두고 경영승계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제일약품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2016년 11월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제일헬스사이언스를 물적분할로 분리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제일약품을 제일파마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의약품 제조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회사로 제일약품을 신설했다.
홀딩스가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제일약품을 자회사로 둔 모 회사로 변신하면서 경영승계와 관련한 시도에도 이목이 쏠렸다.
제일약품은 ‘사업부분별 전문성 강화와 투명성 확보’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으나, 회사 분할은 지주회사로 지분을 집중하고 경영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다수 주요 기업이 이 같은 경영 승계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한승수 회장은 제일약품 창업자 고(故)한원석 회장의 아들이며, 1985년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한상철 부회장은 한승수 회장의 장남으로,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해 지난해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