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장미’로 매출 100억 돌파…‘농업혁신’ 스마트팜

2018-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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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도입 농가, 생산량 증대-경영비 감소 효과 톡톡

농식품부, 청년 스마트팜 도전 생태계 조성

영농조합법인 로즈피아 스마트팜에서 재배 중인 장미.[사진 = 현상철 기자]


사람이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농사를 짓는 시대가 올까. 지금 ‘스마트팜’을 본다면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엔 가능할 것 같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습도‧토양 등 생육환경을 제어하는 농장을 말한다.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다. 생육데이터가 쌓이고, 인공지능(AI)이 지금보다 좀 더 발전하면 ‘손에 흙 안 묻히고 농사를 짓는’ 건 실제 가능한 얘기다.
국내에도 미래농업을 앞당기는 선두주자가 적잖다. 이들은 생산량 증대부터 경영비 절감 등 스마트팜의 장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외국산 장비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스마트팜 기자재 개발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스마트팜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년들이 스마트팜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마트팜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전후방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팜 융복합 클러스터이자 혁신거점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 스마트팜 도입하니 생산량 늘고 경영비 줄고…미래농업 선도농가로 발돋움

2000년 전북 전주의 6개 영농조합법인이 결집, 국내 최고 품질의 장미를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로즈피아’가 탄생했다. 로즈피아는 출범 초기부터 국내시장은 물론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2006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일본‧중국 등 판로를 넓혀 갔다. 아시아 최대 소비국인 일본으로 장미단일품목 수출비율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2010년 수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고, 재작년엔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매출액만 104억원에 달한다.

로즈피아가 이토록 탄탄한 농업회사법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미래농업의 이정표 스마트팜이 한 몫 했다. 로즈피아는 유리온실에 스마트팜을 적용해 장미를 재배하고 있다. 스마트팜으로 생산량이 30% 가량 늘었다. 2012년 엔저와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감소해 일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자 로즈피아는 파프리카 등 작목을 확대했는데, 이 때 최적화된 작물 생육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팜이 연착륙을 도왔다. 현재 로즈피아는 128개 회원농가가 유리온실 7만1839㎡, 자동화온실 24만2227㎡에서 화훼와 과채류를 재배하고 있다.

전북 익산 로즈벨리 역시 국내 대표 스마트팜 선도농가로 꼽힌다. 반도체 회사를 그만두고 2008년 귀농을 결심한 정병두 대표는 초기 장미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선도적으로 외산 ICT 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팜 도입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나 열정과는 별개로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2년 만에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 대표는 이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고, 돌아와 품목을 토마토로 전환했다. 국내에서 스마트팜을 활용한 토마토재배에 외산 장비가 아닌 국산 ICT 장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수백만원을 웃도는 스마트팜 기자재를 직접 만들기 위해 해외 부품을 직접 공수해 오기도 했다. 네덜란드 유학 당시 핵심기술은 전수해주지 않아 독학으로 연구해 물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지금은 생육자동측정로봇과 환경제어솔류션 등을 갖춘 3만㎡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 연간 330t의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 기반 생육환경 분석을 통해 정밀영농을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정 대표는 “빅데이터 활용 이후 생산량이 62.5%, 경영비는 21.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은 이러한 스마트팜 성공신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 대표 역시 개발원에서의 교육이 자립에 큰 힘이 됐다. 개발원에서는 8개의 유리온실에서 실습장비를 통해 주요 품목의 재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개발원은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 운영기관으로 이론‧실습부터 취업‧자가경영까지 배울 수 있다.

스마트팜에서 재배 중인 토마토.[사진 = 현상철 기자]


◆ 농업 성장‧소득 정체…농식품부, 스마트팜으로 미래농업 전환 박차

2016년 농업 실질GDP는 28조4000억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 27조1000억원과 비교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1040만원에서 1007만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성장모멘텀이 약화된 탓이다.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재배기술‧ICT를 접목한 스마트팜이 정체된 농업분야의 새로운 성장을 불러오고, 미래농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생산성 향상 △안정적 판로 확보 △양질의 청년‧지역일자리 창출 △환경부담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농식품부는 우선 청년들이 스마트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2022년까지 전문인력 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은 최대 20개월 간 실습중심의 체계화된 장기교육을 제공한다. 초기 투자비용 없이 적정 임대료만 내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2021년까지 30ha 조성한다.

이와 함께 기자재‧식품‧바이오 등 관련 기업 실증연구와 제품화가 가능한 공간인 스마트팜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기초부터 산업화까지 스마트팜 연구개발을 체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2022년까지 전국에 4개소를 구축한다. 혁신밸리는 청년창업‧기술혁신‧판로개척 기능을 집약한 것이다. 혁신밸리에는 스마트팜‧창업보육센터‧실증단지와 함께 유통‧정주여건 등이 패키지로 모여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농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고,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라며 “기존 영농은 농업인의 지식‧경험‧자연환경에 의존했다면, 스마트팜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과학영농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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