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별 고객 지문정보 파기 작업의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마스킹 시스템 구축 등 파기 작업을 일찍부터 시작한 곳은 70% 가량 진행된 반면 최근 들어서야 시스템 구축 입찰공고를 낸 곳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3일 지문정보 파기시스템 구축을 위한 긴급입찰 공고를 냈다. 3000만건에 달하는 지문정보를 파기하기 위해서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위해 3억5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주금공이 급히 입찰 공고를 낸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문정보 수집제도 개선 권고와 금융위원회의 관련 조치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금융기관이나 이동통신사가 서비스이용자들의 주민등록증 뒷면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금융위와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관련 정보 폐기와 수집을 금지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1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상호금융 등 금융사들에게 지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보관 중인 고객 지문정보 수십억건을 2019년까지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사들은 컴퓨터와 창고에 있는 10년치 자료를 일일이 찾아 없애야 한다. 만약 보관 중인 서류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파기하기 어렵다면 지문정보 부분에 구멍을 뚫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삭제해야 한다. 금융사별로 지문정보가 많게는 수억건, 수십억건에 달해 파기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된다.
뒤늦게 지문정보 파기 작업을 시작한 곳은 주택금융공사뿐만이 아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9월에서야 지문정보 삭제 및 수집금지체계 구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하나은행은 내년 말까지 신분증, 대출서식 등에 남아있는 고객 지문정보 약 1억4800만건을 파기해야 한다. 신한은행도 지난 5월이 돼서야 지문정보와 주민등록번호정보 등을 인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마스킹 시스템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지문정보 마스킹시스템을 구축했던 KB국민은행만이 현재 70% 정도의 지문정보 파기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업권별 금융기관의 지문정보 파기 진행 상황을 감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문정보 파기 작업이 많이 이뤄진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금융사마다 진척 상황이 많이 달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약 내년 말이 지난 후에도 지문정보 파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