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2세 위치는?③] 소상공인, 대 잇는 장인들···비결은?

2018-11-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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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간 변치 않는 ‘만석장’ 손 맛

노가리 골목의 시작, ‘을지OB베어’

‘6070’ 오너시대가 저물고 있다. ‘3040’ 젊은 경영진 시대로 바뀌는 시점이다. 대한민국 산업‧교육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1세대 ‘창업주’와 상가 등의 시장을 번영시킨 자영업 ‘사장’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이에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 철저한 실력으로 차기 경영구도를 그려가고 있는 중소기업계 2세들의 위치를 파악해 봤다. 교육계 빅5와 리빙업계의 후계구도를 전망해보고, 장수 상인들의 비결을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자영업자 10명 중 5명이 3년도 안 돼 망하는 수난시대에서 대를 이어 전통을 쌓아가는 사장님들이 있다. 두부 요리를 대표 메뉴로 60여 년간 손맛을 유지하고 있는 만석장과 39년간 ‘노맥’을 판매하면서 노가리 골목을 만들어 낸 을지OB베어의 장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만석장은 1960년 고(故) 김양순 할머니가 처음 문을 연 뒤, 며느리 유조자 사장에 이어 손자 이근 대표까지 3대가 이어가고 있다. 을지OB베어는 창업자 강효근 사장의 가게를 딸인 강호신 사장이 물려받아 직장인들의 가벼운 지갑을 위로해주고 있다.

수십 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두 가게가 걸어온 길은 조금 다르다. 만석장은 직영점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전국에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만석장 직원만 100여 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다. 북한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본점은 국립공원 정비사업 때문에 2010년 신축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한옥 느낌을 강조한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전통을 살렸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만석장 본점. 2010년 신축 건물로 자리를 옮겨 6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신보훈 기자]


을지OB베어는 을지로에 자리 잡은 뒤 장소를 옮기거나 건물을 증축한 적이 없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면 닫았던 영업시간을 한 시간 늘린 것 이외에는 모두 그대로다. 저녁이면 차 없는 거리가 조성돼 길거리에 테이블을 깔지만, 요즘 같이 날씨가 추워진 날에는 가게 바로 옆에 천막을 만들어 손님들의 공간을 확보한다.

두 가게는 업종과 규모, 인테리어 등 대부분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존재한다. 바로 원칙과 차별화 전략이 있다는 점이다. 두 가게는 선대에서부터 각자의 원칙을 세웠고, 후대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만석장은 1대에서부터 ‘좋은 재료’와 ‘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까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좋은 재료를 쓰다보면 먹는 사람이 결국은 알게 돼 있다”는 원칙은 이근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점의 조건이다. 두부를 만들 때 중국 콩이 아닌 파주장단콩을 고집하고, 김치를 만들 때도 고추를 직접 사와 태양초로 만든 고추장을 사용한다.

이근 대표는 “100%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은 없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은 음식에 확신이 있어야 한번 먹은 고객이 다시 먹으로 온다”며 “좋은 재로와 정성, 차별화라는 간단한 원칙만 지키면 쉽게 망하지 않는다. 할머님과 어머님이 지켜오시던 원칙을 지켰던 것이 이렇게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인 을지OB베어. 창업주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건물 증축 없이 최소한의 공간에서 노맥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신보훈 기자]


다른 가게와 차별화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장수의 비결이다. 을지OB베어는 다른 노맥집과 차별화한 특제 소스와 맥주 보관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강효근 사장은 일반적인 고추장이 아닌 입 안에서 싸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나는 소스를 개발해 냈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맥주를 보관할 때도 급속냉각을 하지 않고, 손이 많이 가는 냉장고 저온 숙성을 선택하고 있다. 소스와 맥주 맛에 있어서는 어느 노맥집도 따라 올 수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강효신 사장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거리에 전통 있는 노맥집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1대부터 지켜온 고집스러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게를 하는 동네에서 상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유혹도 많았지만, (선대가 자영업을 하면서) 철학을 지켰고, 지금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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