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부터 오진에 따른 어린이 사망사고까지 일으키는 등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국민 여론과는 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의사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구속된 A병원 의사 3명이 2013년 복부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8살 어린이에게 횡경막 탈장‧혈흉의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단순 변비로 잇달아 오진해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면서 결국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환자단체 등 국민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국민들은 환자가 사망한 만큼 이에 따른 사과와 책임,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7일 진료거부권 도입과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협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의협회관 앞에서 개최했다.
유족과 환자단체는 “의료분쟁에 있어 환자는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소송을 위해서는 고액의 비용과 장기간 시간을 투자해야 해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다”며 “그럼에도 의사특권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 면제를 요구하는 의협의 주장은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의사는 전문성‧정보 비대칭성이라는 의료 특수성으로 형사 고소‧소송 입증책임 등에서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의료법상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절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만큼 책임 또한 막중하다고 지적하며, 적반하장 격의 태도를 버리라는 일침이다.
실제로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이번 오진 사건 한 달 전인 9월 부산의 B병원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다수 제보자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통해 전국 수십 개 병원에서 대리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실태를 폭로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후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등 관련법 보완 여론이 이어졌고, 국회도 의료계를 향해 맹공을 펼쳤다. 당시 의협은 대리수술과 관련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엔 늦은 상황. 정작 의협은 CCTV설치 의무화에도 반대해 빈축을 샀다.
게다가 의협은 정부나 직역단체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안압측정기와 청력검사기 등 5종의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에게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보건복지부 또한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의계는 헌재와 정부 결정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며, 의협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안전성 등을 이유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해온 의협은 이번 헌재 판결에도 불복하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