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에 추가투자를 단행하며 ‘친환경차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는 데 속도를 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그랩(Grab)'에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2840억원)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고,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EV) 기반의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회사별 투자금액은 현대차가 1억7500만 달러(1990억원), 기아차가 7500만 달러(850억원) 등이다. 지난 1월 현대차가 투자한 2500만 달러(284억원)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총 투자액은 2억7500만 달러(3120억원)에 달한다.
◆ 그랩 손잡고 동남아 친환경 스마트모빌리티 공략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랩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유경제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최근 전략 투자 및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앤서니 탄(Anthony Tan) 그랩 설립자 겸 CEO는 지난 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함께 내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 주요국에 전기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하고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여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000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와 그랩의 협력은 선제적으로 전기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먼저 내년부터 싱가포르에서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공급한다. 향후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사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하고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드라이버 대상의 유지 및 보수, 금융 등 EV 특화 서비스 개발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 굴지의 전력 공급업체인 싱가포르 파워(Singapore Power)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말까지 급속 충전기 30기를 비롯 2020년까지 충전기 총 1000기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전기자동차의 신흥 허브(Hub)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 빠르게 확대되는 동남아 시장 공략··· 글로벌 투자 '잰걸음'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동남아시아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ICT를 활용한 서비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약 460만 건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선진시장인 미국의 500만건에 육박한다.
동남아시아의 모빌리티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업체는 단연 그랩이다. 그랩은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DiDi), 미국 우버(Uber)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랩은 2012년 설립돼 현재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누적 25억 건의 운행을 기록할 정도로 이 분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랩은 카헤일링 분야에서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키워나가고 있다. △라스트마일 음식 및 소포 배달사업 △모바일 결제 시스템 ‘그랩 패이(Pay)’ △각종 금융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그랩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소프트뱅크, 디디가 그랩의 주요 주주이며,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도 그랩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랩 뿐 아니라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들과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통합적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Revv) △국내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 전문 업체 메쉬코리아(Mesh Korea)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Migo) △중국의 라스트 마일 운송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Immotor)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Car Next Door)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기아차는 국내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차량 공유서비스 ‘위블(WiBLE)’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