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진다는 얘기로, 투자 활력 제고 등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본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30대 기업의 2018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전년도 대비 20.5% 감소했다. -10조7326억원에 이르던 게 -8조5279억원에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항공 등 국내 경제를 이끄는 전·후방산업에서 일제히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
재계 서열 4위인 LG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투자 현금흐름이 전년도 -7135억원에서 -6677억원으로 6.4% 둔화됐다.
최근 수출 및 내수 감소로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된 현대자동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7년도 투자 지출이 -1조1389억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466억원으로 96%나 수직 낙하했다.
기아자동차(-1조6865억원→-7332억원), 현대제철(-6000억원→-5752억원), 대한항공(-1조1367억원→-1829억원)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빅3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1699억원→501억원), 삼성중공업(1767억원→1693억원), 현대중공업(-283억원→2088억원) 등은 업황 악화에 따른 자산 매각으로 투자 지출보다 유입액이 늘거나 전년도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 이 기간 '반도체 호황'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조8556억원에서 -8조8709억원, -4조7847억원에서 -9조9868억원으로 배 이상 투자 지출이 유입을 앞섰다.
이에 따라 이들 2개사가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투자활동 현금흐름 비중은 47.3%에서 68.9%로 21.6% 포인트 증가했다.
업계에선 이런 편중 현상이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위험 신호라 할 수 있다"며 "투자 감소는 자본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노동생산성 후퇴를 촉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면 고용 및 자본생산성,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의 강제적 감축,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 자본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잠식하는 조치들과 관련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고령화로 인해 국내 소비 시장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수출은 미·중 통상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는 여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주력산업의 투자 위축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으로 투자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