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행한다]➃고즈넉한 그곳의 가정집 서점...괴산 숲속 작은 책방

2018-11-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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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책방 나들이 하기에도 좋은 숲속 작은 책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단풍이 절정이다.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 책 읽기 좋은 때다. 집을 나서서 어딘가로 떠나보자.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가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아예 책방으로 가보면 어떨까.

책방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딱 어울리는 곳이 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에 자리한 ‘숲속작은책방’이다.

서점은 동화책이나 일러스트 북에 등장하는 집처럼 예쁘다. 야트막한 나무 담장 뒤에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 아담하고, 분홍색 벽에 테라코타 기와를 인 이층집이 섰다.

오른쪽으로 피노키오가 조각된 커다란 오두막이, 왼쪽에는 해먹이 걸린 정자가 있다. 데크에는 책 읽기 편해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도 놓였다.

담장 옆에 붙은 간판이 아니면 서점인지 모를 정도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어느 작가의 서재나 거실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사방 벽에 책이 빼곡하다.

미루마을은 한 대학교 동창들이 조성한 전원 마을로, 57가구가 모여 산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녹색 마을이기도 하다. 숲속작은책방은 지난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던 백창화 씨는 아들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린이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책으로 작은 사립 도서관을 만들었고, 아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자 오랫동안 꿈꿔온 귀촌을 결심했다. 때마침 지인에게서 괴산 전원주택 단지에 머물 만한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2011년에 이삿짐을 쌌다. 전원생활을 열망하던 회사원 남편도 기꺼이 동참했다.

“책이 1만 권쯤 있었죠. 이 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을 봤어요.”

영감을 받은 부부는 35일 동안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영국에 있는 책 마을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계획이 무산되어 책방을 열었다.
 

숲속 작은 책방 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책꽂이에는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책을 진열했다. 실용서나 경제·경영, 자기 계발 분야 책보다 인문·교양서와 에세이가 주로 보인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 집과 집 짓기, 마을 만들기, 노년과 죽음에 관한 책도 눈에 많이 띈다. 판매하는 책은 대략 3000종이다.

책꽂이를 비롯한 가구는 남편 김병록 씨가 직접 만들었다.

가정집에 문을 연 ‘가정식 서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책을 많이 둘 수 없으니, 부부는 좋아하는 책 위주로 선택했다. 창가 쪽에 놓인 책이 부부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 동화책, 그림책, 인문학, 환경과 생태 관련 책이 많고, 모두 신간이다. 외국 동화책도 상당히 눈에 띈다.

손님은 책을 고르다가 편히 앉아서 책을 보고, 주인장에게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들어오면 반드시 책 한 권은 사야 하지만,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책을 사는 자체가 책방을 살리고, 지속성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책방을 연 지 벌써 4년째.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나, 입소문과 SNS를 통해 단골이 생겼다.

지난해에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임대료나 인건비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 것도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운영하는 비결이다. 소요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숲속작은책방의 매력이다.

책방을 둘러보면 부부의 따스함과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부부가 권하는 책에는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써서 띠지로 둘렀다. 군데군데 놓인 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 같은 소품도 따스함을 더한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책이 빼곡하다.

침대와 책꽂이가 놓인 다락방에서는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부부가 유럽의 책 마을을 둘러볼 때, 책방 2층 숙소에서 여행객이 오랫동안 머무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을 읽으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꽃을 피울 때가 많죠. 요즘엔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이 늘었어요.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와 다락방에서 하룻밤 머물며 책을 본 추억이 자라면서도 책을 가까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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