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JU★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1998년 연극 ‘원룸’으로 첫 연기를 시작한 조한철. 그는 매체 연기로는 영화 ‘박하사탕’이 처음이었다. 조한철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최근 몇 년이었다.
조한철은 “중간 중간에 좋은 이야기 해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어떤 일을 겪어서 넘어간 것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어 했던 건 ‘안 바빠서’였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고 다 비정규직 아니냐. 일이 없는 그 틈이 힘들다.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해도 연습하고 있을 땐 돈이 아예 없어도 힘들지 않다. 돈 걱정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저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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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극 할 때도 작품이 안 들어와서 공백이 있는 시기에는 누가 날 찾지 않으면 우리가 공연을 만들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일 없이 길게 놀면 스스로 우울해지는 스타일인데 그걸 못 견디니까 몇 주 정도 지나면 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계속 쉼 없이 연기를 해왔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명시절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조한철은 “배우라는 직업은 연예인의 의미와는 또 다르다. ‘나도 잘 돼야해’라고 생각하면 그건 배우라기 보다는 엔터테이너 쪽에 가깝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한철은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에서 판관1로 분하며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천만배우’라는 수식어에 얼굴을 붉히며 “원래 천만을 돌파한 영화에 중간 투입된 것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천만배우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저는 제 할 일을 하고 작품에 집중하는 것 뿐이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스트레스에 굉장히 약한 사람이다. 원래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계속 스트레스를 피해 도망 다니는 사람이었던 거다. 스트레스가 생길 것 같으면 피해 다닌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을 찾고, 접어야 할 건 빨리 접는 편이다”라고 웃었다.
영화 ‘신과 함께’와 ‘백일의 낭군님’ 모두 1순위에 캐스팅 된 배우는 아니었다. 모두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해 긴급 투입됐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잘된 작품이다. 조한철은 본인이 1순위가 아닌 2~3순위 캐스팅 되는 경우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쿨 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극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굉장히 다양하게 캐릭터를 해왔다. ‘얘는 이런 색깔이야’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연극 할 때 제작하시는 분이 ‘이 역할은 A라는 배우가 해야 해. 딱 맞아. 그런데 걔가 못한대. 그러면 조한철 하라고 할까?’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거의 2~3순위로 캐스팅 되는 경우가 많았다. 뚜렷한 개성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지금도 연장으로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는다. 그냥 색깔이 뚜렷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색깔이 있으면 배우가 눈에 띄기가 좋지 않으냐. 배우 행보에 있어서도 잘 알려지기에는 유리하지만 저 같은 배우도 나쁘지 않은 건 그래도 덕분에 다양한 역할들을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저 감사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신과 함께’는 정말 부담이 됐다. 워낙 잘됐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사실 안 좋은 시각으로 보면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주변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너에게 작품이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잘 결정하라’고 했다. 다른 부분들은 그렇게 고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던 중 감독님을 뵙고 나서 감독님께 반해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감독님이 충무로에서 현재 제일 성공한 감독님이기 때문에 제가 만나러 가면서도 위축되는 감이 없지 않았는데 너무 겸손하시고 위엄 있을 것만 같았는데 뛰어 나오셔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제게 잘 알지 못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나온 작품 드라마나 영화를 보신 부분도 너무 감사했다. 인간적으로 반해서 ‘신과 함께’라는 작품 보다도 감독님과 해봐야겠단 생각이 커서 결정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백일의 낭군님’은 더 부담이었다. ‘신과 함께’ 때 며칠동안 화제가 됐었다. 그게 되게 큰 부담이 됐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었다. 사실 왕 캐릭터에 확 끌렸다. 여태껏 했던 것과는 다르고, 오랜만에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선택했다. 오랜만에 연기하는 맛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조한철은 다양한 작품에서 조, 단역으로 출연하며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더욱 무게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터다.
이에 조한철은 “왕 캐릭터는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진하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적인 장르를 좋아한다.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블록버스터 같은 영화들을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사람의 깊이 있는 심리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면 직업군이 뭐든 중요하지는 않더라”고 밝혔다.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해보고 싶었던 역할도 하고, 연기를 하며 자신의 갈증도 해소하고 많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조한철. 성공한 작품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고 결코 거만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언제든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제 삶에서 여태껏 터닝 포인트가 없었다. 사실 그런 건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돼 있다는 건 얼마나 불안한 일이냐. 정말 좋으면서도 왜 내가 잘 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뭔가 잘 되는 것 보다는 잘 될 때는 괜찮지만 위기가 올 때는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