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없는 모습은 연기하지 못한다. 배우들 모두 그럴 거예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조한철의 tvN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극중 능선군 이호 ‘왕’ 역으로 열연을 펼친 소감과 함께 드라마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조한철은 “사실 저도 왕이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었다. 16회를 촬영하는데 ‘어?’ 이랬었던 기억이 있다. 감독님과도 대본을 보시고 조금 당황스러워 하셨다. 그간 무게만 잡았던 왕이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 고민이었다”면서도 “처음엔 확 웃겨버릴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어느 정도 선에서 조율해서 연기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잘 나온 것 같다. 왕도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조한철이 연기한 왕의 결말은 원래 사랑꾼,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는 “왕이 엔딩이 어떨 것이라는 초반 이야기는 있었다. 처음 엔딩은 세자와 매번 티격태격 하다가 마지막엔 세자를 위해 전장을 나가는 엔딩이었다. 그래서 사실 연기하는 내내 비장했었던 거다”라고 귀띔했다.
그가 연기한 왕은 유약하고 왕이라는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왕권에 맞서는 세력에 지지 않기 위해 끝없이 흔들렸다. 2012년 대풍수의 자객으로 연기한 이후 사극과는 큰 인연이 없었지만, 왕 역할은 꼭 해보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갈증을 풀었다고 고백했다.
조한철은 “사극을 하는 재미가 있다. ‘백일의 낭군님’은 왕 캐릭터다보니 매체 쪽 연기를 하면서 있었던 갈증을 해소하게 됐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상황을 연기하다 보니 좀 조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극에서 왕 역할을 하다보니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 같은 게 있었다. 그런 면에서도 굉장히 즐거웠다”고 만족해 했다.
송주현 마을과 궁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왕으로서의 무게를 책임지는 부담감도 컸을 터.
그는 “솔직히 처음엔 대본을 보고 이 작품은 대박이 나거나, 사람들이 아예 안보거나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밸런스가 맞는건가 싶었다. 아주 트렌디한 퓨전 사극인데 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이게 붙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만약에 이 작품이 잘 되면 나이 드신 분들도 정통사극 분위기를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고, 젊은 친구들은 또 젊은 친구들대로 어떤 퓨전 사극보다 가장 현대적인 사극으로 좋아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저도 연기할 때 그 고민을 가장 많이 했었다”며 “송주현 마을에 맞춰서 가볍게 가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봐도 대본의 제 상황은 너무 심각했다. 아들이 없어지고 김차언(조성하 분)의 꼭두각시처럼 구는 상황들이라서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자’라는 생각으로, 상황에 맞게 그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대로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조한철은 ‘백일의 낭군님’에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앞서 배우 윤태영이 음주운전 사건으로 드라마에 하차하면서 그 자리를 메우게 된 것. 그러나 원래 조한철을 염두한 캐릭터처럼 그는 완벽하게 왕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매력적인 목소리로 왕 역할에 제격이다. 그는 “원래 제 목소리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제가 대본을 봤을 때 왕은 유약하고 나약하면서 불안한 왕이었다. 처음엔 겁이 좀 났지만 뻔한 왕 캐릭터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기존 사극처럼 위엄 있는 왕이 아니지만 그래도 왕이지 않느냐. 극중 왕은 원래 세자 교육을 받은 정식 왕이 아니라 밖에서 살다 들어온 왕이라서 반듯하지만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약간의 허점이 보이는 왕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왕과는 다르게 보이고 싶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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