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청률이 잘 나올 줄 정말 몰랐어요. 5%만 나와도 대박이라 생각했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민지는 tvN ‘백일의 낭군님’을 끝낸 시원섭섭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인터뷰 전날 마지막 방송과 종방연을 모두 끝낸 이민지는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4월에 첫 대본 리딩을 하고 5개월 가까이 작품을 찍었다. 게다가 지방 촬영을 많이 가다보니 숙박을 같이 하면서 배우들과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찍은 것에 비해 빨리 끝나는 느낌이라 너무 아쉬웠다. 스태프 분들께서 고생해주신 만큼 작품이 잘 나왔고 사랑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제작 드라마는 처음이라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어떤지 알 수 없었고, 저는 송주현 마을 사람이라 궁에 갈 일이 없는데 궁의 모습도 궁금했었다. 방송에서 봤을 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런게 재밌었던 것 같다. 시청자 분들께서도 다행히 분위기 전환되는 걸 좋게 봐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백일의 낭군님’ 마지막회는 14.4%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의 뒤를 이어 역대 4번째 높은 시청률로 큰 사랑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민지를 비롯한 배우들 모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고 얼떨떨해 했다.
“전혀 몰랐다. 그동안 월화극이 인기가 있었던게 아니라 더욱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끼리는 5%가 나온 것도 대박난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회에 5%가 나왔고,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아침부터 단체 메신저 방에 있던 배우들 모두 놀랐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민지가 본 ‘백일의 낭군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동화 같은 이야기나 영상도 인기 비결 중에 하나지만 사극이었던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또 드라마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보는 분들 입장에서도 시원시원하게 봐주신 것도 하나의 인기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작품에서 이민지가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던 자면 중 하나는 바로 ‘각설이 분장’이었다. 현장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유쾌한 시간이었다.
“송주현에 계신 분들이 너무 재밌어서 웃으면서 촬영했다. 저는 기여도가 0.5%에서 가다가 각설이 타령할 때 5%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 (각설이 타령 촬영 전) 연습할 때는 가볍게 수염을 그렸었다. 그러다 한 명씩 분장을 하러 들어갔는데 제가 분장실을 갔더니 박 아전(이준혁 분) 선배님이 양갈래 머리를 하셨더라. 정말 강했다. 그래서 저는 눈썹을 이어 달라고 했다. 구돌(김기두 분)오빠도 분장을 좀 더 강하게 해달라고 하는 등 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특히 기두 오빠는 치아에 검정 분칠을 했는데 분칠한 이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더라. 그건 못 이기겠단 생각을 했다. 본 촬영 때는 서로 눈을 보면 웃을까봐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쁜척 하는 걸 못한다. 저는 각설이 분장할 때 너무 신났다. 원래 좋아하는 것도 병맛코드 영화나 만화를 되게 좋아한다. 오히려 예뻐 보여야 하는 역할을 시킬 때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그게 더 어렵다. 제게는 엄청난 과제다”라며 웃었다.
이민지가 맡은 끝녀 역할은 송주현 마을을 주요 배경으로 연기를 펼쳐나갔다.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은 송주현 마을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송주현 마을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저는 한양으로 배경이 바뀌면 송주현 식구들은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송주현 마을 사람들을 아껴주신 덕분에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만큼 송주현 마을 사람들이 너무 재밌는 분들이었고, 모두가 많이 친해져서 합이 잘 맞는 게 보여서 더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써주신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끝녀가 임신까지는 할 줄 몰랐다”고 웃었다.
끝녀와 홍심의 시스로맨스도 ‘백일의 낭군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민지는 “(남지현은) 너무 좋은 친구다. 저와 나이 차이가 있는데도 매우 활발해서 먼저 다가 와준다. 주인공을 맡아서 제일 힘든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항상 웃고 있다. 덕분에 저희들도 많이 힘을 냈다”면서 “체력도 좋고 에너지도 너무 밝은 친구라 재밌게 촬영했다. 오히려 저보다 언니 같은 느낌이 강할 때도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사전제작 드라마가 흥행을 한 건 손에 꼽힐 정도로 흔치 않다. ‘백일의 낭군님’ 역시 방송 시작전엔 많은 이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안고 출발했다.
이민지는 “모니터링을 못하면서 촬영을 한게 크긴 컸다. 특히 송주현 마을과 궁과의 분위기도 대비가 돼서 그 갭을 어떻게 이겨야 될까 싶었다. 모니터링이라고 할 만한 영상을 본 것도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궁은 이렇게 찍었어?’라며 굉장히 신기해했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름이라 장마철도 있었고, 다 야외 촬영이었던 송주현 마을은 특히 비도 오면 안 되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날짜가 딜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 외에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하루 하루가 너무 재밌었다”고 언급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청자의 입장으로 드라마를 봐왔기 때문에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작품은 친해진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 못 보는 건가’하는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또 방송을 볼 때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하는 느낌도 있었다. ‘벌써 반 왔어’라는 이야기를 할 때면 씁쓸해지기도 했다. 지금도 끝났다는 게 너무 꿈같다. 촬영은 끝난지 좀 됐지만 그 여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젠 드라마에서도 얼굴을 알리며 활약하고 있는 이민지는 과거 독립영화로 얼굴을 많이 알렸던 배우다. 드라마에 출연할 때와 영화에 출연할 때에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영화에서는 밝은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사회 소수자의 입장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완전 정반대로 밝은 역할을 하다보니 그 차이가 제게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차이는 부모님의 반응이다. 영화 찍을 땐 부모님을 못 보여드렸다. 개봉하는 경우도 많이 없었고 영화제를 가야 보는데 드라마는 보시지 못하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웃으며 “드라마를 보시고 부모님께서는 ‘끝녀는 왜 이렇게 못 생기게 나왔냐’고 하시더라. 그래도 드라마가 잘되고 있고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주변에서 드라마 잘 봤다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 딸이 일을 하고 있긴 한가보다 하신 것 같았다.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작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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