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춘무 데무 대표 ]
“서른살 데무,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야죠.”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데무의 디자이너 박춘무 대표는 여전히 목마르다. 그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은 큰 땅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머무르게 된다"며 "데무는 수십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로 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 압구정에서 시작된 데무는 당시 도회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스타일로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색채 사용을 절제하고 주로 검정과 흰색을 이용한데다 도식화된 패턴과 중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30년간 유행과 트렌드가 수시로 변화됐지만 데무만의 디자인 특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는 확고해졌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현재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비롯해 홍콩, 상하이, 뉴욕 등 해외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10년까지 합치면 지난 40여년간 평생 패션업에 종사해왔다"며 "오랜 시간 패션시장에선 소재, 스타일 등 많은 부분이 변해왔다.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의 변화를 준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손님의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브랜드 이미지만 고집하고 트렌드를 무시하면 올드한 브랜드가 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융합하는 게 필요했다"며 "브랜드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무의 無로부터 전시회. 사진= 데무 제공]
박 대표는 데무 30주년을 기념해 아카이브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카이브 전시회는 데무 브랜드명을 의미하는 '無[무로부터]'란 주제로 박 대표의 시대별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회는 11월 14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무료로 전시되고 있다.
박 대표는 "30년간 스타일 중 가장 변화된 부분은 어깨다. 1980년대는 어깨를 과장하기 위해 패드를 넣기도 했지만 지금은 슬림하게 떨어지는 핏을 좋아한다"며 "기능성 소재가 좋아지면서 타이트한 옷들도 많아지고 페이크 퍼도 주목을 받는 등 패션은 시대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전시를 감상하면 재밌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아티스트 10인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코트 컬렉션이 눈에 띈다. 컬렉션에는 배우 한고은, 가수 김윤아, 배우 변정수, 배우 한예리, 가수 이은미, 드로잉 아티스트 켈리박, 배우 정혜인, 모델 송경아, 배우 배종옥, 더블유 편집장 이혜주 등이 참여했다. 박 대표는 "오랜 시간 데무가 자리잡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며 "그들에게 어울리는 코트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한정판으로 계획했는데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데무 제공 ]
그는 최근 설 자리를 잃은 백화점 내 국내 디자이너 매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박 대표는 "백화점에서 디자이너 매장들이 많이 사라지고 점차 이쪽 산업은 사양길로 돌아섰다"며 "대기업과 수입매장에 밀려 신규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고 국내 디자이너들이 진출할 판로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두 매장은 디자인과 매출에 한계가 있다. 백화점은 패션과 문화, 사람들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디자인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나 역시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정체되지 않고 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었다"며 "온라인의 경우 제품 카테고리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 등 유통산업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