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정문. 최근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A교수의 '과도한 사외이사 겸직(이중취업)' 문제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나친 '겸직 현상'이 기업의 정상적 사외이사 기능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연구해야 할 교수의 역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주경제DB]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A교수의 '과도한 사외이사 겸직(이중취업)' 문제가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나친 '겸직 현상'이 기업의 정상적 사외이사 기능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연구해야 할 교수의 역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는 현재 5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강태진 공과대 명예교수(66)를 비롯해 △남익현 경영대 교수(55) △오세정 자연과학대 명예교수(65) △이우일 공과대 교수(64) △정근식 사회과학대 교수(60)가 총장예비후보로 선출됐다.
◆사외이사 겸직 서울대 교수 '최대 연봉 9999만원'
기업의 사외이사로 겸직하며 활동한 서울대 교수가 192명에 달하고 연평균 9999만원 상당의 고액 연봉을 받는 교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최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도 사외이사 겸직 전임교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기업의 사외이사로 겸직하며 활동한 서울대 교수는 192명에 달했다.
서울대 교수 2104명 가운데 약 9%(192명)가 기업체 사외 이사로 활동했다. 평균 3224만원의 연봉에서 최고 9999만원까지 수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들의 사외이사 보수 내역을 보면 가장 많이 받은 이는 경영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해당 교수는 9999만원을 수령한 셈이다.
이를 포함해 9000만원 이상 수령자 2명, 8000만원 이상 수령자 2명, 7000만원 이상 수령자 15명 등 고액의 보수를 수령한 교수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의 경우 총장으로부터 겸직을 허가받아 학생의 교육 지도 및 학문 연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다. 대외활동 시간을 주당 8시간 이내로 규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교수의 사외이사 활동이 법률에 어긋나진 않지만, 제도의 취지와 동떨어진 부정적 측면이 많아 논란을 빚어오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의 기업 사외 이사 활동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꼽혀오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활동에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해영 의원은 "기업 사외이사들의 활동을 놓고 거수기 논란, 유명무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서울대는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에 대해 그 활동상황을 적극 점검하고 교수들이 받는 보수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부분은 없는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 사외이사 겸직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로'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서울대 교수들의 사외이사 겸직은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학문 연구 및 수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학이나 재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3학년생 최모씨는 "교수들의 사외이사 논란은 매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점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교수들이야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좋지만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대 총장 재선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자로 나선 한 교수도 다수의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결국 서울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고 대학과 학생들 모두에게도 좋지 않은 점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기업의 정상적 사외이사 기능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고경영자(CEO), 총수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거나 정부 관료 출신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의 방만 경영과 전횡을 감시하기는커녕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을 해주는 비상근이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수를 비롯해 변호사, 공인회계사, 퇴직관료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가들이 사외이사가 된다.
이런 제도는 기업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을 견제하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소수 경영진이 회사 경영을 독점하는 경우 경영진 이익을 위해 다수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사외이사 활동 보수 적정성 점검 및 부적절한 부분은 없는지 재검토해볼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이런 문제에서 시작됐다. 무엇보다 서울대 미래를 책임질 교수가 자신의 '사익 챙기기'에 급급해 재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