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정치행사인 ‘중간선거’를 일주일 가량 앞둔 미국사회가 총기난사, 폭발물 소포 등 연이어 발생한 증오범죄(hate crime)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40대 백인 남성이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며 무차별 총격을 가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총격난사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해 수사 중이다.
미국 사회는 이들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종·종교에 대한 ‘증오범죄’가 눈에 띠게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샹협회(NAACP)의 아모스 브라운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인 언사가 증오 범죄자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사람을 자극하면 어떻게 되느냐. 불안정한 누군가는 미친 짓을 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거 운동 때부터 논란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행이 증오를 증폭시켜 현재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내 증오 범죄는 급증했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지난해 미국 내 반유대주의 범죄는 전년(126건) 대비 57% 늘어난 1986건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발생한 인종·종교 등의 증오 범죄도 전년대비 17.4%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범죄'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최근 위스콘신주 모사이니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그는 “언론은 끝없는 적개심을 거둬야 한다. 부정적이고 종종 부정확한 기사로 공격을 이어가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거친 언어를 사용해왔다. 그가 언론의 무례함을 탓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쓰는 수사(修辭)의 문제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KK집단(백인우월단체)’의 존재만 봐도 미국의 증오범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내 증오범죄 발생이 전부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흑인인사 비하, 백인우월주의 옹호 발언들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백인과 소수민족 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은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