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 상하이 시장이 글로벌기업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대외개방 의지를 내비쳤다. 나날이 고조되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 관세 등 충격으로 경쟁력을 잃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은 지난 28일 상하이 세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0차 상하이시장 글로벌기업 자문회의에서 "상하이가 한층 더 개방할 것이란 의지는 확고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개방의 대문은 영원히 닫히지 않고 점점 더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잉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유럽 등 다국적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달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미 옮겼거나 옮길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하는 핵심 부품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중국 대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도 지난 9월 430개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0% 가까운 응답기업이 관세가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중국산 제품 2500억 달러(약 285조원)어치에 10%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상하이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는 상하이 지역 GDP 기여도가 30% 가까이에 달하는 등 지난 20년간 상하이 경제 발전의 주요 추진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 1~9월 상하이 외국인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29억 달러에 달했다.
상하이에서 앤젤투자자로 활동하는 인란은 SCMP를 통해 "상하이 같은 발전한 도시에게 외국인투자 손실은 대량의 실업자를 낳고, 지역경제 생산을 줄일 것"이라며 이로써 상하이의 중국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상하이는 외국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 7월엔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규제를 완화하고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하이 개방확대 100조'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엔 금융업, 산업, 지적재산권, 플랫폼, 투자 환경 5개 등 분야의 100가지 개방 확대 조치를 공개했다.
이달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 설립을 위해 1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7일엔 글로벌 산업용 로봇기업인 스위스의 ABB사가 상하이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고급 로봇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자문회의에는 어니스트영, 알리안츠, 노무라 등 18개국 30개 다국적기업인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상하이시는 글로벌 기업과 234억 위안(약 3조8000억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