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이 ‘제 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개인과 조직, 회사의 잠재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려 오는 2023년까지 ‘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기존 주력 분야인 화학과 방산 등의 매출 확대 및 신사업(태양광)의 효율적 육성을 동시에 꾀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22조원 규모의 통 큰 투자에 나선다. 연 평균 투자 금액은 4조4000억원으로, 최근 3년 치 평균(3조2000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미 빠른 혁신을 앞세워 기업 가치를 급상승시킨 전례가 있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1981년) 1조600억원 수준이던 그룹 매출 규모를 2018년 69조원까지 키웠다. 자산 규모는 7500억 원에서 182조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계열사 수도 20개에서 69개로 확대됐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발표한 창립기념사에서 “혁신 여정에는 종착역이 없다"며 다시 한 번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로 ‘연 매출 100조원’ 연다
향후 5년 투자도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과 방위산업·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에 집중돼있다.
태양광 사업에는 가장 큰 금액인 9조원 가량이 투입된다. 현재 한화는 이 시장서 셀 생산 규모 8.0 기가와트(GW)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태양광 발전 장비 생산 공장을 늘려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계획)에도 적극 부응할 예정이다.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에는 각각 5조원과 4조원, 신규 리조트와 복합리조트 등 서비스 부문에 4조원을 쏟아 붓는다. 그룹 사업의 또 다른 축인 금융부문의 투자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해 별도로 추가 확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에 기인해 글로벌 시장서 한화의 입지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 7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24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17년 246위 대비 2단계 오른 수치다. 앞서 2016년에는 277위, 2015년에는 329위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조직개편 '급물살'
최근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달 태양광 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데 이어 이달 방산부문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각 산업별 계열사 정리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중복되거나 연관성 있는 사업의 일원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효과도 발생한다.
(주)한화는 항공부품 사업과 공작기계 사업 일부를 방산 주력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양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에 하던 지상무기 사업, 항공엔진 사업과 함께 항공부품 업무도 수행하면서 방산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앞서 한화는 태양광 사업 계열사를 합병하며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석유화학 사업을 일원화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서는 외부 출신 인재를 중용하며, 미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유연성도 갖춰나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한화는 (주)한화의 화약과 방산분문을 통합하고, 이를 주도할 수장으로 삼성 출신의 옥경석 사장을 선임했다. 이를 두고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철저히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는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66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내에서 ‘제 2의 도약’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태양광과 화학, 방산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경영조직을 쇄신하고,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