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제맥주협회(이하 수제맥주협회)가 내년부터 맥주에 종량세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수제맥주협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2020년 시행을 목표로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에 종량세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맥주 산업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어 조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세법을 이루는 근간은 종가제다. 완제품 출고가에 세금 72%를 매기는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종량제를 실시하는데, 종량제는 재료나 제조법과 상관없이 술의 용량 또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적용한다.
◆종량세 전환, ‘맥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수제맥주협회는 “소주의 경우 수입산이 없어 종가세 하에서도 타격을 입지 않지만, 맥주는 역차별적인 세금체계로 수입맥주보다 국산 맥주의 세금이 약 2배 많아 가격 경쟁력을 찾지 못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태”라고 강조했다.
수입맥주의 경우 2012년 이후 단 6년 만에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이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2015년 이후 약 20곳의 소규모 양조장이 폐업했다.
‘수입원가’를 과세기준으로 잡는 수입맥주에 반해 국산 맥주는 원가에 유통 마진, 인건비까지 모두 세금에 포함된다. 종가세 하에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차이는 약 2배에 달해 가격 경쟁력으로 대항 할 수 없다는 것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모든 주류를 종가세로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 칠레, 멕시코 뿐이다. 한국 주세법의 토대가 된 일본은 이미 1989년에 종량세를 채택했다. 맥주와 일본주를 감세하고 와인과 발포주 등은 증세하는 방식으로 맥주의 주세가 높다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주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량세로 바뀌면 생맥주 가격 오른다?
지난 19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맥주 종량세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으나,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생맥주의 세금 상승이 우려돼 재검토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종량세 전환 시 생맥주 가격 인상 폭은 크지 않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기 집 등 한식당에서 많이 소비되는 병맥주 및 편의점·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캔맥주의 가격 인하 폭은 커져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맥주 시장에서 생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9%다. 나머지 91%의 소비자가 즐기는 병맥주와 캔 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최대 30%의 가격 하락이 가능하다. 이는 편의점 수제맥주 500㎖ 캔 기준 1000 원 이상의 금액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입맥주 ‘만원에 4캔’이 사라진다는 루머와 달리, 종량세로 전환되면 수입맥주 프로모션은 유지되는 것은 물론 국산 수제맥주도 같은 가격에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량세 전환 시 500㎖ 한 캔에 4000~5000원 정도 하는 소매점 수제맥주의 가격이 30%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산 수제맥주업계, 수입 맥주사 대비 20배 일자리 창출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산맥주가 수입맥주에 시장 점유율 20% 가량을 뺏기며, 올해만 5000여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수제맥주업계 청년 채용 비율은 77.5%의 수준이다. 종량세로 전환된다면 4년 이내 업체 수 350개, 고용 인력 4만7000여명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종가세 하에서는 설비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 임대료 등도 소비자 가격 부담으로 전가돼 소규모 양조장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지만, 종량세 하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주세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종량세 전환을 통해 수제맥주업체 창업과 신규 설비 투자의 즉각적인 촉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수제맥주 관련 업체의 폐업 및 일자리 상실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 생산 기반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제맥주사는 수입맥주사 대비 최대 20배의 일자리 수를 창출할 수 있다. 청년창업과 고용창출의 불씨가 잠식당하기 전에 빠른 종량세로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