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유럽순방서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北비핵화 유인책 필요'

2018-10-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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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본부 내 유로파 빌딩에서 열린 한·EU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7박9일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키워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취임 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 노력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견인책으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국빈방문 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과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메이 총리에게 “적어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유엔 대북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다.

북한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제재완화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의 큰 축인 유럽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 추가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인 종전선언을 빅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나 메이 총리가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은 아니다.

이들 정상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는 지지와 공감을 표하면서도, 북한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폐막된 아셈의 의장성명에서도 CVID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를 단기간에 실현시키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유럽 순방을 계기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 정상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며 "왜 갑자기 미국이 CVID 용어를 쓰지 않는지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폭은 넓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북한이 영변 핵 등을 포기하면 정말 불가역적인 상황이 되는데, 아무 신뢰나 조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을 북한은 '리스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셈 회원국을 향해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를 해체하는 과정은 유럽에서와 같은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적극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면 이는 곧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으로 이어지고, 특히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이 실현되면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이익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철도공동체 구상이 과거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석탄공동체로 출발, 현재의 유럽연합(EU)을 구성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는 향후 '여건이 되면' 남북 경협을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의 교역 확대와 신산업협력 강화, 4차 산업혁명 협력 등 코리아 세일즈에도 주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EU 국가를 대상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했다.

프랑스·독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철강에 대한 EU 세이프가드 조치 제외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만성적 대(對)독일 무역적자 해소에 관해서도 관심을 촉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문 대통령은 "미국이 촉발했다면 그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지, 왜 그와 상관없는 나라에 보호무역을 적용하고 유럽이 추구하는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되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영 정상회담에서는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양국 무역관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별도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만들어,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적용이 깨지더라도 그에 준하는 것으로 대처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존에 해온 포괄적 조치는 유지되도록 양국이 고민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서울 개최 계획이 공식 발표될 수 있도록 지지를 당부했다.

'평화'라는 키워드로 이뤄진 이번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은 녹록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한반도 평화 여정에서 의미있는 첫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을 이끌어낸 것은 한반도 평화 여정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최대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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