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고대 총장, '교수동원' 논란에 차기 선거 불출마 선언

2018-10-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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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고려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차기 총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재선 운동에 보직 교수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염 총장은 지난 18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근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주장과 요구들이 고려대학교와 구성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하고 있는 상황이 절대 지속하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총장으로서 고려대학교의 명예와 자존감을 지키고 나아가 이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내린 결정"이라며 "차기 총장선출 과정이 보다 품격있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전임 교원 대의기구인 고려대 교수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염 총장이 각종 교무회의 명목으로 보직교수 모임을 소집해 지지층 확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나서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이는 총장이 학교의 행정 라인을 사유화해 재선을 위해 악용하는 관권선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 및 총장선임 규칙'을 보면 10년 이상 재직 교수일 경우 전임교원 5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가 될 수 있다.

이에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염 총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 전임교원들의 추천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교수의회 측이 주장했다.

고려대는 오는 31일까지 제20대 총장 후보를 공모한다. 이달 말에는 총장 선출방식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법인·교수·교우·직원·학생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최종후보 3명을 결정하고, 이사회가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했다.

이하는 염재호 총장 이메일 전문.

존경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지난 4년간 고려대학교 19대 총장으로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고대가족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교육혁신과 인프라 구축, 연구 및 국제화의 획기적인 도약, 글로벌 대학평가 순위의 대폭 상승, 전례 없는 기부금 유치 성과 등은 21세기 고려대학교의 미래를 열어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헌신해 주신 고대 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제 고려대학교는 차기 총장 선임과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제가 고려대학교 20대 총장에 입후보하지 않을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의 기대와 희망을 뒤로 한 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을 매우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주장과 요구들이 고려대학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하고 있는 상황이 절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고려대학교의 명예와 자존감을 지키고 나아가 이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내린 결정임에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총장으로서 차기 총장 선출과정이 보다 품격 있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고 민족사학으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지켜져야 합니다. 제가 총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저를 지혜와 열정으로 후원해 주신 여러분들이 차기 총장 선출과정에서도 우리 고려대학교의 자랑스러운 미래를 위해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확신하고 또한 당부 드립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러나 가야하는 길이라면 반드시 같이 가야 합니다. 저는 19대 총장의 남은 임기 동안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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