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 침체에도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은 1조원을 넘어서는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개 ETN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6조7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양매도 ETN은 1조1432억원으로 19.04%를 차지했다.
ETN 종목 수로 치면 양매도 ETN이 2%도 안 되지만, 시총으로는 거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양매도 ETN은 박스권 장세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상품이다. 콜옵션(주식매수권리)과 풋옵션(주식매도권리)을 모두 팔아 옵션 프리미엄(옵션가격)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양매도 ETN 상품명에 들어간 '3%'나 '5%'는 기초지수 대비 행사가격 범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5%짜리 양매도 ETN은 기초지수를 기준으로 +5%와 -5% 사이 행사가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판다.
지수가 옵션 행사가격 안에서만 움직이면 옵션 매수자는 옵션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경우 옵션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지수가 일정폭(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면 오르내림에 상관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주식시장이 얼마 전 미국발 충격으로 크게 떨어졌고, 양매도 ETN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양매도 ETN은 선방했다. 3개 양매도 ETN은 이달 들어 적게는 0.57%, 많아도 1.6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8.30%, 코스피200은 6.81% 빠졌다. 주가 변동성이 갑자기 커졌지만 양매도 ETN은 옵션가격 상승에 힘입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양매도 ETN은 예상을 벗어난 변동폭에 대해서만 손실을 봐 기초지수보다 타격을 덜 받았다"라며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손실을 상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오는 22일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와 함께 개발한 '코스피200 변동성 매칭 양매도지수'와 '코스피200 변동성 추세 추종 양매도지수'를 내놓기로 했다.
코스피200 변동성 매칭 양매도지수는 기초지수 변동성에 맞추어 옵션 행사가격 범위를 조정한다. 이에 비해 코스피200 변동성 추세 추종 양매도지수는 기초지수 변동성 증감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옵션 행사가격을 정한다.
이번 지수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증권사도 6개월 후부터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투자증권이 거래소와 공동개발한 지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다.
양매도 ETN은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주식을 2조75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기관도 40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만 2조2963억원어치를 샀다.
이처럼 불안한 수급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대안 투자처로 이동하는 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