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가 65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불과 16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을 한국감정원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검증하는 데 따른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단독·다가구 주택의 실거래가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억1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1억4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95%에 달했지만, 2017년 64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역삼동 소재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6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했다.
정동영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에서 거래된 50억원 이상 단독주택 11곳의 시세반영률은 고작 38%에 불과했다.
특히 강남구에서 거래된 50억원 이상 단독주택 9곳의 시세반영률은 37%에 그쳤다. 또 송파구 방이동에서 52억원에 거래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7억7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34%, 서초구 방배동에서 78억원에 거래된 단독주택은 33억8000만원으로 43%에 불과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등 재벌기업 회장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배용준, 이민호 등 연예계 인사들이 살고 있는 성북구 성북동 330번지 소재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도 4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감정원이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셀프로 조사·산정하고, 셀프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낮은 근본적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동흔 세무법인 율촌 박사는 "현행과 같은 주택공시가격 결정절차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부동산공시법상의 표준주택과 관련된 규정을 '조사·산정'에서 '조사·평가'로 개정해 감정원이 표준주택 공시가격 조사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전문가에 의한 3단계 검증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교수 역시 "정밀화되지 않은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민 저가주택만 시세반영률이 높아진다"며 "현재의 공시가격 산정방법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한 자료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표는 "재벌 대기업 회장들이 사는 50억원 이상 초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0%를 밑돌고, 서민들이 사는 1억원대 단독주택 시세반영률은 90%를 상회하는 것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특혜를 몰아주는 한국의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며 "불공평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을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검증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