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과정에서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은 당초 1시간30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밤 11시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이후 엘리제궁 관저를 둘러본 후인 밤 11시30분이 되어서야 만찬 일정이 끝났다. 이날 식사는 프랑스식 코스로 준비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외국 정상들과 수많은 만찬을 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각 일정이 끝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만찬이 시작되자마자 포용적 성장, 부의 대물림, 공정경쟁, 국가의 역할, 남북, 한·일, 북·중·미 관계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 우측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 왼편엔 김정숙 여사가 앉았지만 두 정상은 1시간30분 이상 서로와의 대화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과 만찬에 참석한 고위인사 등을 헤드테이블로 불러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기 시작했고, 한국 측 참석자들까지 어우러지면서 스탠딩 환담과 사진촬영, 두 정상과의 셀카찍기가 이어졌다.
오후 11시를 넘기자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서성대던 양국 의전장이 두 정상에게 동시에 다가가 만찬을 종료할 것을 건의했고, 그제서야 만찬이 마무리됐다.
윤 수석은 “이 시간이면 (식사 뒤 예정됐던) 커피 타임을 생략할 만도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엘리제궁 관저로 문 대통령 내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를 정원, 응접실, 브리지트 여사 집무실, 서재 등으로 안내했고 벽에 걸린 피카소 그림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특히 ‘나폴레옹 방’이라 알려진 맨 끝방이 눈길을 끌었다. 이 방에는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 1세가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에게 서명한 항복 문서가 지금까지 보관돼 있다. 이뿐 아니라 나폴레옹 3세가 이 방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자신이 주창한 지역개편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드골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한 방이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이 방에 대해 "나와 남편은 이 방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주변에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윤 수석은 “이날 프랑스 남부지방 홍수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개각을 앞두고 있어 편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시간 동안 문 대통령을 만났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외국 순방 기간 한국 관련 자료를 비행기 속에서도 챙겼다고 한다. 한국 대사관에 자료를 달라는 독촉도 이어졌다고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년 만에 국빈방문을 접수한 것도, 취임 후 프랑스를 첫 방문하는 외국 정상을 국빈으로 맞은 것도 이례적이라고 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사를 통해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원했다.
이어 "나는 지난 8월 동북아시아 6개국에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며 "동북아시아에서도 철도공동체가 성공해 경제협력과 다자안보협력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안보리 결의안을 전적으로 준수하는 명확한 기저 위에 대화를 구축할 때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취약해 지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철저하게 준수할 때만이 대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저희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