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간 기싸움에 정책 혼선이 빚어지면서 블록체인 인력 불균형은 심화되고, 관련 연구도 미비한 실정이다.
16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블록체인 육성 주무부처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다. 하지만 정책 조율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각 부처의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아 블록체인 육성에 심각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질세라 기재부는 블록체인 기술 비용에 매출액 대비 5%이상에서 2%로 낮춰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다. 중기부도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벤처기업에서 제외되는 골자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부처간 입맛에 맞는 블록체인 육성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는 따로국밥식의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ICO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의 혼란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스위스와 싱가포르·홍콩 등으로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 중국의 5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전문인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블록체인 특허출원은 미국 497건, 중국 472건, 한국 99건으로 주요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국내 에너지 블록체인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도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블록체인 연구는 IT와 금융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해외에서 에너지 P2P 직거래 시스템, 에너지 절약 보상 시스템 등 에너지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은 향후 5년간 10배 이상 성장하고, 2025년이면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이라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미래 산업에 근본적 영향을 미쳐 국가 경쟁력을 판가름할 중요한 기술인 만큼, 정부가 제도개선과 연구 확대를 통해 에너지 블록체인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