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100년 대한민국의 기억,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이 태어나다

2018-10-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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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기념사업회 회장 김자동 회고록, 17일 출판기념회

우리에게 임시정부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대한민국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고종이 결정한 새로운 국호인 '대한제국'은,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출범한 임시의정원이 임시헌장을 만들 때 중요한 민주공화정의 함의를 더하며 재탄생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란 국호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출발은 그래서 대한민국의 태동이었다. 
 

[[김자동 회고록에 담긴 충칭임시정부 청사의 문대통령 방문사진(오른쪽), 왼쪽은 1945년 임정 관계자들이 같은 자리에 서서 찍은 사진.]]



2019년, 즉 내년이면 이 국가의 의미심장한 역사적 기점인 임정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이란 시간은 '기억 전승(記憶 傳承)'의 시한을 이미 넘어서는 경계인지 모른다. 한 사람의 뇌리에 박힌 생생한 기억들을 추출하여 '기록 전승'으로 바꿔야 하는 긴박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이란 아름다운 타이틀을 단, 김자동 회고록이 바로 지금 여기에 등장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스스로를 '임시정부 소년'이라고 자칭하게 되었을까. 세상에 나면서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태어나보니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딸일 뿐이다. 결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이것을 우린 '운명'이라고 부른다면, 김자동(1928- )은 생의 눈을 뜨면서 운명적으로 임시정부를 만난 특별한 기회를 타고난 사람이다. 상하이 임정청사가 있던 동네의 아이런리에서 김의한과 정정화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임정의 핵심 독립운동가였다. 할아버지는, 임정의 터를 일군 큰 어른 동농 김가진이다. 그는 임정의 고문이자 김좌진 장군이 있던 북로군정서의 고문이었다.

 

[김자동회고록 전편 '임시정부의 품안에서'와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어린 김자동의 주변에는, 지금 우리는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김구, 이동녕, 이시영 등 독립운동가들이 이웃집 아저씨들처럼 늘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가 기록으로 상상하고 복원하는 그때 그 순간을, 기억으로 가진 사람이 김자동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가장 생생한 증언자일 수밖에 없는 그의 책을 대하는 일은, 마치 구름 속에 손을 집어넣어 지난 시간을 꺼내는 것처럼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이란 제목 속에 들어있는 함의(含意)다. 

2012년 김자동 선생은 '상하이 일기'라는 자서전을 냈다. 그 전해 한겨레에 넉달 동안 연재했던 '길을 찾아서 - 임정의 품안에서' 시리즈를 정리해 탈고한 것이었다. 이 책을 다시 보완하여 2014년 '임시정부의 품안에서'라는 타이틀로 다시 펴냈다. 임정 관련 기록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귀한 증언들로 가득 찬 이 책은 해방을 마지막으로 끝나 있었다. 원래 저 책 안에 이후의 일을 다 넣으려 했으나, 1946년 귀국 이후 펼쳐진 그의 삶도 작은 챕터에 가두기엔 그 콘텐츠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 펴낸 자서전은, 전작 '임시정부의 품안에서'의 후속작이다. 임정의 그 소년은 해방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우리 역사의 어떤 현장 속에 있었으며 어떤 진전과 변화를 목격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셈이다.
 

[자서전을 잇따라 펴낸 김자동 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해방 이듬해 조국에 돌아온 김자동은 '조선일보'와 '민족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5·16 때 '민족일보' 사장이었던 조용수는 사형에 처해진다. 충격 속에서 김자동은 언론계를 떠난다(이후 그는 민족일보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조용수 사장의 명예회복을 이뤄냈다). 박정희 정권은 그를 여당 요직에 앉히려 했지만 거부하고, 1980년대 한국의 지식인들의 내면을 흔들었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과 한수인의 '모택동전기'를 번역해 발표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 법통이 기술된다. 2004년 그는 사단법인 임시정부 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켰고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새 회고록에는 그의 18세 이후 펼쳐진 열정적 삶의 행적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전편에 다 쓰지 못했던 임정 시절의 기억들이 다시 촘촘히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노라면 한 가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 분은 천생 기자구나 하는 탄성. 기자가 지닌 직관과 통찰이 시대와 상황과 사람을 명쾌하면서도 풍성하게 읽어내기에 때론 후련하고 때론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임시정부를 알아야 하는 것, 그리고 이 회고록에 담긴 기억들을 겨레의 기억으로 내재화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옵션'이 아니라 의무인 것 같다. 김자동 선생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 사이(2016년과 2018년 사이) 세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촛불혁명이 있었고,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판문점 선언이 있었고 역사적인 조미(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충칭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을 찾은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충칭 청사에서 임시정부 인사 후손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전례가 없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 자리에 돌아왔지만, 칠십여년 전 그 자리에 있던 임정인사들은 모두 이 세상에 없었다. 임시정부를 몸으로 겪은 이가 이제는 거의 없다. 누구라도 그때의 임시정부를 증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시정부는 내 삶의 뿌리였고, 살아가는 길의 좌표였다. 이 책은 내 안에 남은 임시정부의 기록이다."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90) 회장의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출판기념회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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